진돗개 한 마리도 여러 날 위탁교육(?)중이다.

교문 옆 ‘사과’ 곁에 같이 지내고 있다.

그런데 천지를 모르는 이 녀석 식구건 누구건 가릴 것 없이 마구 짖어댄다.

멀리 나가 있던 식구 하나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우리 식구이노라 아무리 일러줘도 짖어대기 멈추지 않았다.

그 식구가 달려가서 막 야단쳤는데,

아, ‘사과’가 앞을 가로막으며 친구를 감싸고 변호한다.

“저것들이 고새 친해졌다고...”

벗이란 그런 거구나!


큰 사고가 나서 수습하고 나니 주머니에 남은 건 동전 몇,

큰돈을 빌려간 친구는 잠적하고

쌀은 떨어지고

먹을 물은 썩고

몸은 망가져 뒤챌 수도 없고

깊이 사랑하는 이마저 떠나고...

그때(딱 심정이 그랬다는) 가족이 가만히 일으켜주었다.

“눌라!”

영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강인함의 상징 같은 에버리진 아이 눌라처럼 일어섰네.

열흘 만에 자리를 털었다.

바닥까지 이르고 나서 다음은 당연히 올라가는 것.

서리 맞은 풀처럼 도무지 기운이 없다가 또 그렇게 다음 걸음을 놓는다.

이곳에 다녀가며 아이들이, 어른들이 그러했듯이

내게 물꼬도 그런 힘일지라.

떠나가는 것은 가고 남은 것은 남으리.

그렇게 새로운 주를 시작하다.

섬에 다녀온 시인 이생진 선생님과 주고받은 메일도 힘을 북돋워주었다.


쉬운 날이 없지.

쓰러져있어도 일상은 우리 앞에 서있잖여.

지하수 건으로 씨름을 하다 마침내 내일 보수공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돼봐야 되는 것.

관내 한 초등학교와 연계한 일로 서류들을 챙겨 보냈다.

전래놀이 특강도 날을 조율하고 있다.



나의 나라는 황폐했다

그가 데려간 담쟁이넝쿨 살구나무 소나무는 물기 없이 텅비고

코스모스도 끝끝내 무너지고 감국도 바스라졌다

볕 싸라기마저 바람에 흩어지고

몇날 며칠 비가 쏟아졌다

폐허가 된 곳에서 나는 마지막 한 그루 나무,

날마다 말라비틀어지고

남은 살점 까마귀가 발려내고

하루가 천년 같은 시간

바다같이 넓었던 호수가 뭍으로 변하는 몇 만 년의 시간 뒤

까마득한 가슴 끝에서 까치 소리 들렸다

모든 살아있는 존재들 안에는 새 한 마리 지저귀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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