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자.
이제 겨우 열댓 날 남은 수능,
벗이고 동지이고 동료이고 제자인, 그리고 아들이고 딸인 고3 그대들에게.
물꼬에서 올해 12학년은 그 어느 때보다 두터운 층이다.
이곳에서 흔히 98라인이라 부르는 그대들이 수가 가장 많은.
대개 일곱 살 때부터 보아온 아이들.
꼭 13년의 시간!
그 적지 않은 날들에 한 사람의 성장사에 함께할 수 있었음을 뜨겁게 느꺼워한다.
애썼다, 아직 남은 날도 있고, 수시면접도 가야할 게고 정시도 있다만.
최선을 다했다 말할 수 없는 이조차 쉽지 않았을 날들이었음을 아다마다.
돌아보니 그냥 지나간 날이 없었다, 어디 그대들이라고 다를까.
정녕 욕봤다!
굳이 오늘 글 한 줄 쓰고자 함은
세월호로 어두웠던 그 지독한 시간 마냥 온통 뒤덮고 있는 우울한 소식들로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버릴까 하는 군걱정 때문이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는 새끼일꾼들, 품앗이샘들, 논두렁들 몇과 통화한 수화기를 내려놓고
그대들이 먼저 걱정스러웠다.
흔들리지 않는 생이 어딨고, 비틀거리지 않는 시간이 어디 새삼스럽겠냐만,
수능까지 보름도 남지 않은 시간...
무수한 입체의 시간들로 짜진 사람살이,
그 사이라고 무슨 일인들 아니 일어나랴.
우리가 다 통제할 수 없는 삶의 일들이 얼마나 많더냐 말이다.
나라가 시끄럽다.
헌데, 세상은 늘 그래왔다, 다만 우리 눈에 드러나 보이지 않았을 뿐.
세상이 어떠하고 시절이 어째도 ‘삶은 계속 된다!’.
지금은 그 자리를 지킬 때.
아무쪼록 굳건하시라.
그대 앞에 놓인 것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보고 강건하게 나아가기로.
시험은, 단 하루뿐인 시험은, 혹 그간의 시간을 담아내지 못할 수도 있더라,
억울할 일이지만.
하지만 열심히 했다면, 그 애쓴 흔적들이 결단코 사라지지 않는다.
이후 만나는 삶에서 어떤 식으로든 결과로 만나게 되더라.
마지막까지 손을 놓지 않기로!
엎드리고 또 엎드린다.
간절하게 구하고 또 구한다.
그저 기도로라도 힘을 보태나니.
수능이 끝나고,
여전히 나아지지 않은 상황이라면 그때 거리에 나가도 되리,
함께 어깨 겯고 가리.
늦은 2월 어느 하루는 모두 모여 놀아도 보자.
이제 곡차 한 잔 같이 기울일 수도 있겠고나.
자, 영차!
2016년 11월 3일 늦은 밤,
자유학교 물꼬의 이름으로.
뱀발이겠다만,
그 어떤 결정, 상황, 결과 앞에서도 오직 그대를 지지하나니.
"누가 뭐래도 나는 네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