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이번 일정을 함께했던 이들이 남긴 갈무리 글 몇.

늘처럼 맞춤법은 틀리더라도 고치지 않았으며,

띄어쓰기도 가능한 한 원문대로 옮겼다.

다만 의미 전달이 어려운 경우엔 띄워줌.

괄호 안에 ‘*’표시가 있는 것(이번엔 쓸 일이 없었던 듯도)은 옮긴이가 주(註)를 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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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신서윤:

아이스크림도 맜있었고

엄마랑 숨박꼭질하는 겄도 재미있었고

조이랑 노는겄도 재미있었어요.


강휘령:

내가 일단 물꼬에 가자는 생각과 요새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가지고 왔다.

오는 길은 늘 멀지만, 도착해서 반겨주는 얼굴들이 나를 기쁘게 했다.

그 순간 가슴 먹먹하던 것들 걱정되었던 나의 뉴스들이 날아가는 기적(?)을 느끼고 ‘물꼬에 왔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안도, 평화를 주는 이들이 많지 않음을 다시 느꼈다. 또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번거로운 일들도 기꺼이 하도록 하는 힘을 가진 이곳 물꼬다. 좋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일을 하고 쉬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 시간들 덕분에 또다시 물꼬에 오는 것일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시간을 함께 해준, 해주었던 나의 벗들을 위해서 늘 기도하고 응원의 마음을 보내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글이 정리가 잘 안되지만(버스 타야해서 마음이 조금 급하다) 늘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또 다시 제 일상에서 잘지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돌아갑니다.

사랑해요, 물꼬! 사랑해요, 옥샘! 사랑해요, 모두!


윤혜정:

물꼬에서의 3일간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생각은 ‘나부터 잘살자’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가정을 꾸려가는 것도 나의 상태 내적 충만함이 그 질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

온전하게 서지 못한 개인이 자식에게도 학생에게도 다른 관계들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좋았던 것은 두 번의 아침수행, 따뜻한, 마음이 따뜻해지는 밥, 그리고 그냥 이곳에 놓여져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침 수행 때 옥샘이 말씀하셨던 ‘두번 화살’ 마음에 새기고 갑니다.

세상이 그리고 다른 이들이 나에게 주는 상처나 아픔은 통제할 수 없지만 내가 나를 해하는 두 번째 화살은 통제할 수 있다는 것. 스스로를 좀 아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뚝딱. 서윤의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는 말을 그냥 흘려듣지 않으시고 뚝딱 만들어주시는 옥샘의 모습을 보면서 모두에게 정성으로 대하는 것이 저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정성으로 차려주시는 따뜻한 밥상에 앉아있는 것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비어있는 것 같은데 꽉차있는 공간 ‘물꼬’에서 보낸 3일.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근혜샘, 아리샘, 휘령샘, 삼촌, Joy와 좋은 인연 닿음에도 감사합니다. 기락샘, 하다와의 만남도 감사합니다.

옥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잘 살아내보겠습니다. 사랑합니다.

20161023 윤혜정


김아리:

오랜만에 영동에 내려오니, 그대로인 모든 것에 감사하고

사소한(소소한) 변화들에 즐거웠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모든 것들이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들에 위안을 얻습니다.

옥샘이 여기 계시다는 것이 참 큰 위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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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어제까지의 갈무리라면, 오늘의 갈무리는...

옥샘이 스스로를 잘 보라는 말씀이 옳다면서도, 정말 그러지 못하고 사는 내가 한심하면서도 안쓰러운 마음입니다.(* “아리샘아, 스스로를 잘 보라는 그 말은 그 어느 누구보다 나 자신을 향한 말일 거외다.”)

사람들 속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나는 스스로를 눌러대느라 우주로 솟구쳐 오를 생각도, 기운도 없어지게 된 것같아서요.

백배를 하는 순간에도 나는 없고

명상을 하는 순간에도 제 숨 따위에는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제가 명상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저는 나를 사랑하는 것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내 주위를 사랑하고, 걱정하고 무언가를 하는 일에는 익숙하지만, 나를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시간이 이끌고, 일이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삶이다보니

점점 생에 대해 애착도 줄어가는 것 같습니다.

옥샘이 말씀하신대로, ‘다 살라고 하는 것’처럼 내가 나를 외면하고, 많은 일정들에 쫓기듯 사는 것도 안 죽고 살라고 하는 것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렇다고 이것들을 정리하고나면, 나는 나에게 집중할 수 있을까요?(그러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놓지도 못하겠습니다.)

아침 백배와 오늘의 날씨가 저를 무겁게 누르네요.

감상은 있지만 감동이 없는 요즘은, 많이 고단합니다.

헤집어 놓은 마음을 어찌할까요.

어제의 편안함은 사라지고, 불안과 걱정들로 마음이 무겁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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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갈무리를 끝내면, 서로의 마음이 너무 무겁겠죠...

어제 저녁으로 돌아가, 우리의 즐거운 시간을 생각하니 푸근합니다.

가족의 이름이 새롭게 쓰이는 순간이었습니다. 하다와 류기락 선생님이 집으로 들어올 때의 반가움이란 익숙한 것들이 주는 편안함에 가까운 것이라 더 따뜻했습니다.

그리고 옥샘과 뭔가 새로운 이벤트(?)를 계획하는 것도 참 재미있고 신납니다.

‘물꼬인의 날’(?) 기대됩니다.

/ 옥샘, 너무 걱정은 마십이오. 죽을 때까지는 삽니다.

(* “아리샘, 그대 글을 놓고 오래 울었네.... 근근이 살아가는 인간세가 눈물겹다던 시인의 말이 겹쳐졌고, 이심전심이구나 아렸고, 아, 또 다른 출발 위에 그대 섰구나 기쁘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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