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24.달날. 맑음

조회 수 721 추천 수 0 2016.11.14 20:26:58


호박 큰 것들을 따다.

가을을 따다.


관내의 한 중학교는 숲속 학교라고 불리는 이름에 손색없이 정말 그러했다.

그곳의 교장 선생님과 서로의 교육관을 살피는 시간이 있었고,

밥을 먹었고,

같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논의하고,

그리고 가을 산길을 걷고 산사에도 갔다.

이즈음 드물게 청아한 하늘이었다.

자유학기제 관련이 꼭 아니어도

2017학년도엔 제도학교를 지원하는 일들이 여럿이겄다.

물꼬가 나눌 수 있는 것들을 잘 정리하여 문서를 보내기로 하다.

그리고 지역 사람들과 다시 공부모임을 해보려 시도도 한다.


돌아오는 길, 산마을 골짝에 자리 튼 한 벗의 공방에 들렀다.

느티나무를 조각도로 깎아 만들고 있던 접시 하나를 거기서 완성하다.

그런데, 익숙치 않은 기계에 의존하게 되니 아직 서툴러

원했던 모양이 되지 못했다.

그래도 재질이 나무라는 것으로, 또 제 손으로 시도한 작업이었음을 위안 삼다.

나무접시에 얼룩이 지는 걸 방지하는 법도 알았네.

누가 만들어 주었던 접시 하나 물때가 생겨 보기 썩 좋지 않았던 것 있더니,

어떤 방법이 그것을 막아줄 수 있는지 알다.

역시 전문가들이 쓰는 방법과 재료가 있었던 거다.

켰던 나무들 남은 조각들로 난로를 피우고, 밥도 지어 먹었다.

사람이 없네 없네 해도 골짝골짝 사람들이 깃들어

여기저기 또 물꼬랑 머잖은 곳에 교류할 사람들이 더러더러 산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니.


남도의 벗과 긴 통화를 하다.

꼼꼼하게 내 움직임을 읽고 그 행간을 역시 샅샅이 훑어 전 생활을 살펴주었다.

그건 관심과 애정이라.

하나의 일도 그 부정성과 긍정성을 가졌을 진대

그것을 긍정으로 전환하는 무한한 신뢰 앞에

한 인간으로 복되었고, 기뻤고, 고마웠다.

외면하는 사람으로 찢어졌던 상처를

그렇게 봉합해주고 약 발라주는 이로 또 우리는 삶을 건너가노니.


시인 이생진 선생님과 승엽샘과 함께 섬에 가기로 하다.

11월 수능을 지나간 뒤 한국의 갈라파고스라는 굴업도로 가기로.

그런데 사정이 어떨지 모르겠다, 그곳 숙소가 변변치 않다 하니.

거친 여행에 익숙한 모두이긴 하나

추운데 선생님 고생시키는 건 아닐까.

승엽샘과 의논해보기로 한다.


단식을 안내하다.

해마다 두어 차례 해오던 물꼬 단식이 이태 전부터는 쉬고 있다.

순전히 나이 때문이지 않았을지.

그간 너무 몸을 혹사한다 싶었던.

그래도 단식을 하려는 이들이 이렇게 연락들을 하고 안내할 기회들이 있다.

시아버지가 사흘 단식을 해보게 됐다고 며느리인 물꼬 품앗이의 소식.

병을 앓는 아버님이 최후 수단처럼 잡은 방법,

하는 가운데 수시로 연락을 취하기로 한다.


모든 움직임에 모든 숨에 모든 사이에 떠난 벗이 있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우리 모두 그렇게 남을지라.

자정께부터 내리기 시작하던 가랑비가 새벽 3시가 넘어서도 계속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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