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28.쇠날. 빗방울

조회 수 690 추천 수 0 2016.11.14 20:32:34


학교에서는 교무실에 난로를 설치했다 한다.

가마솥방은 이미 난로에 연탄을 넣고 있다.

여기는 서울.


오전 10시 강연이 있었다.

몇 달 전 강연을 했던 자리에 다시 불려간.

강의를 들었던 이들 가운데 후속모임을 하며 다시 걸음해 주십사 했더랬다.

늘 그렇듯 이 시대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까 하는 고민들.

아이를 산골에 보낼 자신은 없고,

대신 앉아서 산골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는 자리였을.

물꼬에서 하는 날마다의 이야기들을 반복했고,

더하여 사람들이 궁금해 하던 고3 우리 아이 이야기를 더하다.

(여전히 촬영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였다.

10여 년 전부터 강연이 영상으로 남길 원치 않아왔다.)

산골에서 키우던 아이가 제도학교 고교 3년을 보낸 이야기를 특히 궁금해 했다.

엄마가 모지래니 애가 저 알아 하더라,

우리 어른들이나 잘 살자,

정말 우리 어떻게 살아야 하나 스스로 묻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던.

생의 끝자락에 흔히 결국 사람살이에 뭐가 중하더라는 회한을 거부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스스로 견지해온 삶의 길을 밀어붙인

켄 로치(‘거장’은 비로소 이런 이에게 붙여야 한다!) 감독에 대한 찬사로 마무리 지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무엇을 하는가가 중요할.

결국 맑스가 재인용한 말을 다시 인용하노니,

너 자신의 길을 가라, 누가 뭐라든.

아이들 얘기를 하자고 들지만 결국 우리 이야기를 해얄 것이고,

우리 삶을 얘기해야 하리,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 내게 무엇이 중요한가.

같이 낮밥을 먹지 못한다 미리 전했고,

바삐 이어져 있는 약속을 배려해 다리 건너 차가 주차된 곳까지 실어다 주었다.

아이 대학 보낸 뒤 한 번 더 걸음해 달라 했다.

대학 잘 보내고, 그 잘 보낸 이야기를 해달라는 것일.

그러니까 잘 보내야 의미가 있을 자리.

그런데 물꼬 혹은 내 이야기란 것이 대학 잘 보내는 것으로 검증할 이야기는 아닐.

다음에는 다른 이야기로 불러주면 오마 하였네.


오후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전,

도시라는 공간이 미술을 어떻게 변화시켰고,

미술가들은 도시 문화를 또 어떻게 변화시켰는가를 보여주는.

상찬샘이 정말 볼만 하더라며 권했고, 입장권과 함께 실어다 주었다.

몇 시간을 걸어도 절반도 못 본 그림들이었으니.

재미지더라, 벗이랑 두런두런 노니는 그림 구경이

전문가를 대동하고 뭔가를 배우는 시간보다 더.

중국 명대에 그린 ‘청명상하도’ 앞에서는

구석구석 인물들을 구경하느라 자리를 뜰 생각을 못했고,

19세기 종이 위에 그린 작자미상의 ‘호피장막도’에서는

호피 사이 살짝 들춰진 문물들이 당시를 상상케 하는 재미가 또한 컸더라.

저녁에는 인사동에서 이생진선생님 시낭송회에

승엽샘 상찬샘 금룡샘 점주샘 아리샘들이 동행했다.

상희샘 부경샘 규찬샘 문수샘 중열샘들도 새로 인사하며

언제 영동에서들 해후할 날 바랐네.


개포동에서 액자도 실어왔다.

금룡샘이 달골 명상정원 '아침뜨樂' 조감도를 그린 수채화를 액자에 넣어주었다,

둘둘 말려있던 동양화 한 점도 같이.

옛그림은 그림으로 그리고 글로 읽는다던가.

새우 그림은 흔히 순조로움을 기원하는 것이라고.

무진년 초봄에 한 산방 주인이 어느 선생한테 보낸 새우 그림이

대해리까지 닿았던.

내용은 그러했으니,

그 몸이 비록 작아도 대해를 헤엄쳐 다니니 어찌 큰 고래를 부러워하겠는가,

어찌 큰 고래보다 못하다 하겠는가.

여러 사무실이 든 빌딩에서 나온 빈 화분들이며도 챙겨주었다.

더하여 히말라야 군락 사진도 두 점 실려 온.

산골 살림을 멀리서도 늘 그리 챙겨주는 마음에 고마움을 어찌 다 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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