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가족 상담을 하기로 한 두 주 가운데 한 주.
서울에서 부지런히 돌아온 길이었고,
한 가족도 막 대해리로 들어서고 있었다.
상담이라기보다 그저 1박2일 물꼬랑 만나는 가족여행쯤 되겠다.
우리 서로 마음 닿아있다,
우리 서로 잘 지내고 있다, 잘 지낼 수 있을 거다, 그런.
지금 어디쯤 서 있는가, 지금 어떤 시간들을 지나고 있는가 살피기도.
상담 공부를 오래 한 점주샘이 동행하여 좋은 길라잡이 되어주었다.
부려진 짐들,
닭이며 가래떡이며 무지개설기며 훈제연어며 빵들이며 아보카도며...
(그런데, 뭘 못 먹고 살 일도 없을 이 시대에
버젓이 잘도 살고 있는 사람 하나를 이런 순간 떠올리고는 한다.
어미처럼 아내처럼 누이처럼 그이가 홀로 먹을 밥상이 애처롭고는 한다.
만나기 쉽다면 그렇지도 아니할 것인데 아주 먼 곳에 있으니...)
고3 아이 수능날을 위한 보온도시락통과 따순 물을 챙길 보온병도.
꼭 집안사람이, 그 왜 늘 부러운 언니 있는 여동생 말이다,
가난하고 고생하며 사는 언니 혹은 동생 보러온 자매의 꾸러미 같은.
아이들이 환호성을 부를 예쁘고 동그란 거울도 같이 실려왔네.
댁에 걸기엔 너무 크더라며 이 커다란 학교에는 너무 잘 어울릴.
거울이 귀한 이곳이다.
아이들은 겨우 창문에 비친 모습을 보거나
아니면 가마솥방 문 앞에 걸린 거울 앞에 줄줄이 서거나.
가끔 치유니 상담이니 방문이니 물꼬의 일정들을 늘여놓으면
정작 오는 이들로 이곳이 외려 치유이고 위안이고 상담이고 만남일지라.
벗이 함께 여러 날 참혹한 시간을 견디는 날들을 어루만져주고 있다.
친구란 게 참말 고맙고 좋구나...
사람으로 다친 마음은 사람으로 치유될 수 있다더니...
상처를 피하는 방식이 또 다른 사람으로 도망가는 건 아닌가 저어되더니
친구란 건 또 다른 영역이구나 싶데.
벗을 의지하며 여러 날을 건너가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벗이 남도에서 기다리고 있다.
생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