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 2.물날. 청명한 하늘

조회 수 761 추천 수 0 2016.11.21 15:10:38


어제까지 찬란하게 빛나던 교문 옆 은행나무가

단 하나도 남기지 않고 잎을 다 떨어냈다, 할 말이 없어진 사람처럼.

뒤란 나무 잎사귀들도 성길 대로 성기다.

뒷마을이 훤히 다 내다보인다, 장막을 걷어낸 듯.


교육청과 학교 실습지 건으로 논의.

실습지도 학교 임대료에 포함되어 왔다.

이 실습지가 지도상으로는 학교보다 너른데, 실제 쓰는 공간은 둘째 치고

쓰일 수 있는 땅이 기실 얼마 안 되는.

학교 앞과 옆이 도로로 편입되기도 하고 마을 주차장으로 쓰이고.

하여 지난 도교육감 면담 때 실질 실습지로 임대료를 결정하자고 주장했다.

그래서 올해 안으로 측량을 하기로.

그런데, 물꼬가 쓰는 땅이래야 닭장과 몇 뙈기 땅.

그렇다면 그냥 쓰는 걸로, 혹은 실습지 임대자가 나타날 때까지 물꼬가 쓰는 쪽으로

오늘 가닥을 모았다.

실습지 임대료야 덩어리가 크지 않으니 교육청으로서는 재산상 가치가 얼마 안 되고,

궁한 우리 살림으로는 또 적은 크기가 아닌데,

물꼬에 더 덕이 된 안.

요새는 자주 그게 무기다, “아이참, 학교 정말 그만 쓸까 봐!”.

20년 사니 을도 그리 큰소리 칠 때가 있는.


오후, 마른 풀 무성한 달골 명상정원 ‘아침뜨樂’에 트랙터 들어갔다.

‘미궁’자리를 비롯 전체적으로 땅을 좀 긁어내주고 돌도 골라내기 위한.

풀 때문이기도 했고, 돌 때문이기도 했던.

트랙터가 도는 뒤에서는 드러난 돌들을 주워 가장자리로 모았다.

운전자는 내내 답답해했다,

이 너른 걸, 이렇게 손이 많이 가야는 걸 도대체 어쩌자고 벌이냐고.

“그래서 10년은 내다본다잖아요.”

“그래도 100평이나 200평이면 모를까....

 그리고 옥샘이 너무 바쁘잖아요.”

가 보자, 어딘가 닿지 않겠는가.

안 된들...

지나간 자신의 꿈들이 늘 미행하는 인간 삶 아닌지.


그런데, 면소재지에서부터 탈탈거리고 왔던 기계는

‘미궁’만을 돈 뒤, 헤집기만 하고 채 땅을 고르기도 전 그만 주저앉아버렸네.

좀 낡기도 했던 기계라 그 사이에도 몇 번을 멈추고 손을 봐야했는데,

결국 그리 되었다.

돌아가는 길, 북쪽으로 난 골짝을 타고 가니 해진 뒤의 바람이 퍽 찰 테다.

고맙고, 미안타.

그나저나 다음 일은 또 어디서부터 어이 손을 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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