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 그렇다.

산마을에 있으면 정말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안다.

그래서 그 짙은 어둠을 밀어내는 것도 반딧불이 하나라도 가능하다는 걸 또한 안다,

작디작은 불씨 하나가 얼마나 거대한 힘일 수 있는가를.

그래서 역사를 운운할 때도 곧잘 우리가 인용하게 되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밤이었고,

작은 등 하나로 그것을 밀어낸 밤이었다.


가마솥방과 책방과 교무실에 이맘때면 난로가 돌아간다.

철로 된 것 하나쯤은 망가지고 새로 구입하게도 되고.

올해는 두 개에 이어 새로 주물로 된 연탄난로를 들였다.

꼭 두 해를 쓰고 다 삭아버리는 철 난로가 아니니

몇 해는 새로 구입하는 일 없이 세 개의 난로를 쓰고 있을 테다.


달골 ‘아침뜨樂’에서 마른 풀을 잡았다.

여름 계자 이후 통 들여다보지 못했고,

그 사이 풀은 무섭게 자랐다.

지난번 사대 교육연수에서 맸던 ‘옴’자 가운데 회양목 안(잔디 놓은)만

겨우 꼴새가 그럴 듯하였네.

동짓달에는 손을 좀 대리라 했고, 훌쩍 그렇게 11월이 왔다.

예취기도 학교에서 실어 올려 돌리고

손으로는 손대로 또 풀을 정리한다.

가운데는 가운데대로 가장자리는 가장자리대로 그렇게 잡아나갈 것이다,

날이 추워질 때까지.

겨울 오면 다 쓰러질 풀을 뭣 하러 그러냐고도 하겠지만

사람 손 타고 안 타고가 얼마나 다른 풀 자리인데,

이렇게 손을 봐야 봄이 수월할 테다.


노래가 위로라.

바깥수업을 마치고 들어오는 밤 영화 <미라클 벨리에>의 주제곡 ‘Je vole(비상)이 흘렀다.

아름다운 곡이다.

농아 가족을 위해 소리와 함께 수화로 불러 더 인상 깊었던 노래였다.

부모와 동생이 청각장애인 가족 사이에서 입과 귀의 역할을 하는 비장애인인 딸 폴라가

합창단에 들어가고 재능을 발견하고,

그리고 파리 합창학교 오디션에 서는 이야기.

광산의 빌리 엘리어트처럼 시골의 폴라 벨리에!

춤추는 빌리였고, 노래하는 폴라였다.

아이들이 알에서 깨어날 때,

우리 어른들 역시 아이들을 떠나보내기 위해 또 그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사랑하는 부모님 저는 떠나요 / 사랑하지만 가야만 해요

오늘부터 두 분의 아이는 없어요 //

도망치는 게 아니에요, 날개를 편 것 뿐

부디 알아주세요, 비상하는 거예요 //

술기운도 담배 연기도 없이

날아가요, 날아올라요. //

... //

돌아가지 않아요, 조금씩 더 멀어질 거예요

역 하나 또 역 하나를 지나면 마침내 바다를 건너겠죠

내가 걸어오는 길에 흘린 눈물을 부모님은 아실까요 //

전진하고픈 나의 약속과 열망

나 자신에게 약속한 내 인생을 믿을 뿐

멀어지는 기차 안에서 왜, 어디로, 어떻게 갈지 생각에 잠겨요

내 가슴을 억누르는 이 새장을 참을 수 없어요

숨을 쉴 수가 없죠

노래 할 수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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