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걱이 왔다. 딱 그거.
얼마 전 한 선배네 가서 밥을 푸는데
주걱이 플라스틱도 나무도 아닌 도자기 제품이었다.
옻칠한 거며 주걱들이 물꼬에도 있는데,
마뜩찮다가 이거 좋겠다 싶었다.
하여 한 학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그걸 또 잊지 않고 챙겨 보내주신 거다.
그것도 사람 손 많이 타는 이곳이니 깨질 것 대비하야 하나를 더.
사자고 들고 사려면 못 살 것도 없겠지만
작은 물건 하나 사는 일도 어리숙하고 쉽잖은 산골 아줌마한테
늘 고마운 이웃들이라.
오늘내일 오전에 가족상담이 있다.
지난 주말과 이번 주말에 묵어가는 일정으로 공지했지만
겨울 들머리라 그런지 힘이 딸려(?) 이번주는 차를 내는 것으로만 했다.
오늘은 초등 아이와 엄마, 내일은 학교 밖 청소년과 부모.
갈수록 할 수 있는 말이 적다.
그것이 교육에 대한 회의인지, 이 땅에 살아가는 것에 대한 회의인지,
내 모자람인지 상대의 견고함 때문인지...
어쨌든 아이들을 위한다는 공통된 목적이 있다.
우리 어른들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오후, 서각 작업장에 있었다.
긴 철도파업으로 기차편이 쉽지 않아 결국 자가용으로 움직였다.
목판화.
먹을 묻히고 화선지에 찍는 작업을 했다.
아이들과 올 겨울 할 연습.
밤, 컴퓨터들을 고쳤다. 랩탑 데스크탑 다.
기계란 것들이 참 그렇다.
흐른 시간들이 고스란히 더께가 된다.
시간은 흐르는 게 아니라 쌓이는 거란 생각.
하기야 사람도 그렇겠다, 관계도.
그대랑도 흘러간 시간이 아니라 쌓였을 시간이라.
여여하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