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건지기.
혹 바빠 밀리기라도 하면 밤에라도 하는 기도라.
고3 학부모라고 하지만 별 할 것도 하는 것도 없다.
아이가 기숙사에서 나와 다녀가는 주말이라해도
한밤의 간식, 이른 아침의 간단한 아침밥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번주는 도시락을 부탁했던 바.
새벽에 두 끼의 도시락과 간식 한 끼, 그리고 아침밥상을 차렸네.
흔했을 과거 어머니의 모습이라.
그걸 어이 다 하셨던 걸까.
내 고등학교 3학년에는 은사님 한 분이 두 끼의 도시락을 날마다 싸주신 여러 날이 있었더라.
아무리 살아도 어른들 발치도 안 되는 이 삶이라.
차에 등을 켜놓은 채 긴 시간을 가마솥방에서 보낸 아침,
움직이려니 시동이 켜지지 않았다.
아뿔싸.
이웃에 있는 차를 부탁하려다 보험사의 긴급출동 서비스를 부른다.
지금 쓰고 있는 차는 그 보다 작은 크기의 승용차로는 배터리 점프가 잘 안 되는.
정신을 엇따 두느라 그리 느슨한 일들이 많은 요즘이다.
시간을 기대고 흘러가보나니.
읍내에 아이를 실어다주고 돌아오며 잠시 들린 가게에서
어른 한 분이 입성 하나 챙겨주셨다.
“옥선생이 입으면 딱이야!”
굳이 잠시 가게를 잠시 비우고 댁까지 가서 가져오셨네.
예뻐서 샀으나 살이 쪄서 입어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두셨다는 치마였다.
그런 마음들이 이즈음의 내 날들을 어루만져준다.
어쨌든 견디라는 사람살이라.
가족상담이 막 끝난 저녁 무렵, 전화가 하나 들어왔다.
공사 하나를 하며 맺은 연인데 마침 이 골짝에 또 들어올 일 생겼다고
이러저러 넣은 인사였다.
그러며 오간 얘기 가운데 일부,
- 거기는 형편이 좀 나은가요, 어디...
- 어떻게 알아요?
- 다 지나봐서 알죠.
과부 사정 홀아비가 안다고 없는 사람들이 없는 이를 살펴주는.
사는 일이 그런 가보다.
모퉁이를 돌다
언제는 저렇게
오래된 나무속에
그 푸른빛이 들었다가
오늘 이렇게
당신 생각을
하게 될 줄이야
언제는 이 몸뚱이에도
긴 그림자가 들어 있어서
여기서, 여기서
그림자 지워지도록
앉아있을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