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번 게 더 맛있다.”

그러자 맞은 편 사람이 말했다.

“차 맛을 잘 모르네...”

그래서 차 맛을 말한 사람이 마음이 상했다.

자기가 차를 알면 얼마나 안다고,

차 맛이란 게 사람이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도 있지,

늘 그렇게 상대를 비난하더라, 그렇게 토라졌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서운하고 속상했던 이가

차 맛을 잘 모른다고 핀잔한 사람에게 그때 자신의 심경이 어땠노라 말할 기회가 있었다.

“어! 그때 내가 한 말은 내가 차 맛을 잘 모른다는 말이었는데...”

이런! 주어, 주어가 문제였던 게다.

때로 주어가 명확한 영어가 더 쉽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니까 말하는 사람은 내가 차 맛을 잘 모르네, 했던 거고

듣는 사람은 네가 차 맛을 잘 모르네로 들었던 거다.

얼마나 많은 말들이 이러할까...

딱! 큰스님 죽비처럼 내려친 한 순간이었나니.


주차위반 딱지가 전방 유리에 떡 박히듯 붙여졌다.

낯선 곳에 한 주차 때문이었다.

엉뚱한 주소를 적어둔 바람에 도무지 연락이 되지 않자

불법주차라고 생각하여 붙여진.

나중에야 전화가 연결되고, 경비를 만났다.

그런데, 경비 왈, 영화배우예요, 했다.

내 몰골을 안다면 그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문장인 줄 알고말고.

게다 세수도 못하고 얼마나 부스스했을까.

그런데도 서로 얼굴 붉힐 상황을 그런 유쾌함으로 만들어준 그의 지혜였으니.

그리고 딱지를 열심히 떼 주었다.


경비아저씨의 농을 곱씹었다.

“얼굴을 봐야 뭘 어찌할 텐데, 예쁘면 다 용서가 돼.”

그런데, 정말, 편안한 얼굴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정말 예뻤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여 문득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는 거라,

이른 아침 아주 선한 얼굴로 가을 아래 서 있는 사람은

어떤 배우보다 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적어도 오늘 아침 만큼은 선했던 얼굴, 그것이 어떤 이보다 예쁠 수도 있다는.

세상 끝 날까지 동행하고픈 가장 사랑하는 벗과 함께 있는 이보다

더 행복하고 아름다운 얼굴이 있겠는가 말이다.

한 벗과 섰던 아침 시간이 젖었어도 눈부신 단풍과 함께 오래 남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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