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일홍 ]

조회 수 873 추천 수 0 2002.03.22 00:00:00


< 백일홍 >



옥 영 경



에버톤거리 역전 길 건너

쉬었다 가는 작은 광장은

시들려든 팬지꽃이 갈아엎어졌더랬습니다, 지난 봄



...선생님께서 보내신 엽서는 잘 보았구요

저도 지금까지 선생님 생각 많이 했어요



내밀던 떡잎은

백일홍 밭으로 편지처럼 왔습니다



...사실 제 어머니께서 대장암으로 고생하고 계세요

한국에서 항암치료받구요 별로 효과가 없어서 미국으로 가셨어요



백일홍 붉은 꽃에 머물러서야

일렁이는 맘을 안다는 게 늦은 일이지만

다 자라서도 어린 맘을 고스란히 가진 꽃밭 앞에서

아물어서 돌아가는 상처들을 더러 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휴스턴으로 가서 어머니를 뵐 거예요

제 어머니를 위해서 기도 많이 해 주세요



백일을 붉은 해 따라 산다지요

사막을 다 지난 대상 무리처럼

죽음과 삶의 격렬함이 그 꽃밭에서 고요가 됨을 읽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2월 말이면 올 거예요

선생님도 한국에 오시면 꼭 연락주세요



열 세살 재신의 편지는

문득 문득 밥알에 섞여 돌이 되기도 합니다

죽든지 살든지 당신 응답일진대

다만 저 이가 견디게 하소서, 강건케 하소서



...언제 한 번 꼭 선생님 찾아갈 께요



(2003.02.오스트레일리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물꼬를 다녀간 박상규님의 10일간의 기록 [5] 박상규 2003-12-23 122990
518 상범샘... 윤재신 2002-03-30 872
517 <반가운소식>새끼일꾼들은 보세요!! 자유학교 물꼬 2002-03-29 861
516 애육원에 관한... 신상범 2002-03-29 869
515 저기요... 정승렬 2002-03-29 858
514 승렬입니다!! 정승렬 2002-03-27 880
513 Re..에구구... 신상범 2002-03-28 867
512 부석사. 박의숙 2002-03-26 879
511 지영입니다^_^v 한지영 2002-03-25 872
510 오랜만이네요^^* 저 아시는분 천재! H양-_-a 2002-03-24 870
509 Re..그럼 난 천재겠네!!! 신상범 2002-03-27 860
508 진메마을 입구에서 김용택시인 만나다 군바리 여행단 2002-03-24 1039
507 Re..좋았겠네 신상범 2002-03-27 883
506 저 돌아왔어요 윤재신 2002-03-23 862
505 Re..저 돌아왔어요 신상범 2002-03-24 873
» [ 백일홍 ] 옥영경 2002-03-22 873
503 희정샘보세염-_-a 멀라여⊙ㅅ⊙ㆀ 2002-03-21 861
502 Re..희정샘보세염-_-a 누구게 2002-03-24 868
501 영동은 촉촉한가요? 박의숙 2002-03-21 883
500 반가워요 ^^ 배승아 2002-03-16 860
499 배승아라고? 김희정 2002-04-08 92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