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 9.물날. 맑음

조회 수 822 추천 수 0 2016.11.21 15:50:21


이 변방에서도 오늘부터 촛불집회가 있었다.

지난달 24일 jtbc를 통해

최순실이 박근혜의 대통령 연설문 등을 미리 넘겨받은 소식을 시작으로

그동안 설마 했던 비선실세가 비로소 실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게 나라냐, 입이 닫히지 않는 속에

도대체 어디까지 갈 거냐 차마 그 길 끝을 상상할 수 없고 그릴 수 없는 시간을

이 나라가 가고 있다.

그들 앞에서 선을 연결하거나 일을 처리했을 이 땅의 엘리트(그야말로 엘리트)들이

공부 열심히 해서 혹은 뜻한 바 있어 자기가 간 이 나라 최고의 자리에서 마주한 것이

아주 작은 시스템조차 작동 않는 현실이었음을,

그 속에서 말도 안 되는 심부름이나 하고 있는 자신 앞에 얼마나 무참했을지.

지난 3일 비틀스의 링고 스타와 인터뷰도 취소하며 현안을 전하는 jtbc는

국민들을 더욱 우울로 빠뜨리는 딜레마와 싸워야 했을 것이다.


18대 대선이 끝나고 찾아온 무기력 앞에 적지 않은 이들이 언론을 끊었다고 했다.

하지만, 선거 때가 아니면 정치란 게 멀리 있다 싶다가도

정작 일상에서 만나는 순간순간에 그것이 있음을 보면 놀란다.

언론은 끊어도 결국 정치는 끊어지지 않는 것이다.

서울역에서 소주를 들고 쓰러져있는 노숙자의 무기력에도

다리가 뻗어지지 않는 고시원에 든 청년실업자의 절망에도

비정규직도 아닌 알바를 전전해야 하는 젊은 청춘에도

이사할 집을 구하러 다니는 저이의 걸음에도 정치는 있다.

어떤 정당이 무엇을 외치는지까지는 다 몰라도

(물론 대선후보 개인에게 기대는 이 땅의 정치에 정당정치를 외치는 이들의 주장에도

동의하는 바 없지 않음)

내가 어떤 세상에 살고 싶은지,

우리 아이들은 어떤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는지,

그 세상을 만드는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고자 하는 모든 것도 또한 정치이리.

나는 그가 무슨 옷을 입고 얼굴을 어떻게 고쳤으며

남자 관계가 어떻고 애를 낳았대거나 말았거나

무슨 종교를 가졌는지 답체 관심 없다. 그건 그의 일이니까.

하지만 정치는 관심 있다. 그건 내 일이니까!

그가 영웅인지 죽일 놈인지는 관심 없지만

정치가로서 무엇을 했는가는 중요하다, 내 삶과 무관하지 않으니!



사람들로 사나니!

고3 수험생이 있는 집이라고

여럿이 응원물품을 보내왔다.

한분은 가장 맛있다는 특별한 찹쌀떡을 준비해주었고,

두 사람도 또 다른 선물꾸러미를 내밀었다.

아이 하나를 그렇게 키운다.


춤추는 이와 그림 그리는 이와 글 쓰는 동갑내기들이 모여

일을 하나 의논하고 있었다. 야삼경도 훌쩍 지났다.

나이 먹어서 협업하는 일은 한편 쉽고 한편 그렇지도 않은.

제 살아온 날들로 뭉쳐진 아집이 전자일 테고

사람에 대한 이해나 일에 대한 이해로라면 후자일 수 있을.

이제 작업할 일만 남았다.

물꼬 측에서만 시간 준비가 되면 된다,

두 사람은 같은 지역에다 움직이는 시간대도 비슷하니.

결국 내가 힘을 낼 수 있느냐이겠다.

안되면 해를 넘겨 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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