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10.나무날. 흐리다 비

조회 수 740 추천 수 0 2016.11.30 04:12:49


“언제나 진실을 말하라. 그렇다면 네가 한 말을 애써 기억 할 필요가 없다.”(마크 트웨인)


흐리다 오후 비 내리기 시작.

“비 많은디?”

“혀. 오셔.”

비 제법 쏟아지는데 촛불집회를 계속할 수 있을까?

그래도 하니 오시라.

어제부터 이 변방에서도 저녁 시국촛불집회;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바깥수업에 양해를 구하고 합류한다.

시국선언과 노래선동을 요청받기도.

지금 떨어지는 낙엽도 함부로 밟지 않아야할 처지라...

고3 학부모란 자리가 그런가 보다, 다들 그 문장을 듣더니 고개 주억거리며

그럼, 그럼, 그래야지 하는.

농민회에서부터 진보 쪽 단체들이 다 나가떨어진 상황에서

이번 기회로 문화연대류의 범단체를 만드려는 움직임이 있기도 한 지역동향.


지난 주말 광화문에서는 대통령 퇴진과 하야를 요구하는 20만 촛불시위를 비롯

전국 주요 도시 광장도 성난 시민들이 나섰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여론조사에서 5%까지 떨어졌다 하니

그 오차를 생각하면 0%라고도 말할 수 있을.

적어도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이 전 계층, 동서화합 하나는 만들어주었네.

그런데, 이렇게만 외치다 끝나버리는 건 아닐까를 걱정한다.

권력은 그렇게 호락호락 민중에게 오지 않을 것이다.

죽 쒀서 개줬다는 말을 생각한다.

나는 개인사에 관심 없다.

그가 애비 없는 아이를 낳았든, 성형을 했든, 바람을 피웠든, 사랑을 했든,

그게 다 무슨 상관이냐.

세월호 7시간 동안 보톡스를 했다나 어쨌다나, 그런들 뭐?

하지만 그 시간은 집무 시간이었고,

살릴 수 있는 아이들을 그렇게 바다에 빠뜨렸다!

당장만 해도 가십거리만 늘리고 정작 중요한 것들은 또 묻혀버리는 건 아닐까.

이 사태로 뒤로

우리 삶에 당장 해악을 끼칠 것들이 너무도 조용히 결정되고 있는 건 아닐까.

퇴진 혹은 하야에 목소리를 모으되

동시에 그를 둘러싼 그 거대한 ‘똑똑하고 잘난(?) 무리’들을 제대로 보아야 할 것이다.


움직여야 한다, 너무 오래 게으르고 있다.

수행마저 않는다면 정말이지 죽음같이 지내는 날들이다.

시작은 늘 또 청소로.

오전엔 달골 청소, 오후엔 교무실 청소.

달골은 게스트하우스의 역할이 아니어도 마치 l층의 ‘오신님 방’ 제목처럼

오실님을 위해 쓸고 닦는다는 생각.

이육사의 ‘청포도’처럼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오신다’ 했던 ‘내 바라는 손님’을 위해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두듯

그를 위해 청소를 하나니.

전화기에서부터 랩탑이며 꼭 교무실에 들어가지 않아도 일이 돌아갈 수 있는 도구들 있으니

겨울에는 들어가는 일이 드문 교무실,

너무 춥기 전에 구석구석 쌓인 먼저를 털고 정리를 해야

또 교실에서 나오는 물건들을 들이며 계자를 할 수 있을 것.

이 역시 오실님을 맞음이라.


들어오며 한 품앗이샘네 들리다.

곶감과 배추와 대파와 사과와...

변변히 손 한번 안보태고 늘 쉬 얻어먹는다.

미안하고 고맙다.

내년에는 손을 더해 씨뿌리고 키우고 거두리라는 것을 기대기로.


내일은 산에 하룻밤 들어간다.

한 발 한 발 기도가 되거나

마음을 거두거나 혹은 갈무리하거나 새로 시작하거나

어디로든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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