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학교 마당에서 달맞이.

고마워라, 이슬처럼 비 살짝 지나고 흐린 종일이더니 저녁답에 하늘 열렸고,

동쪽에서 달 오르고 있었다.

이른 저녁을 먹고 쏟아지듯 마당에 섰더랬네.

저렇게 큰 달을 본적이 있었던가 싶은 보름달.

68년만이라던가.

달은 제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고 어딘가로 또 바삐 갔다.

저 달을 같이 보러 온다 약속한 적 없으나

올 수도 있었던 벗 하나,

오지 못한다 하자 들어가 버린 달이었던가.


마침 들어온 문자 있어 두엇 벗에게도 달 소식을 전하다;

지금 나가 달 보시라.

서울에서는 흐려 달을 못 봤다 했고,

남도에서는 종일 비에 구름에 달 없다고 볼 생각도 않다가

아파트 사이로 훤한 큰달 본 김에 마음도 실어보낸다는 답 왔다.

코쿤캅, 태국 벗도 인사를 전해왔네.

카에다 콧소리를 넣어 컵쿤카로 답한다.

태국 인사는 남녀가 그렇게 다르더라.


샘들이 돌아온다.

겨울이다.

자유학교도들의 부흥회라는 계자.

학기 중에는 충남대에서 방학에는 교원대에서 사대생들이 손발을 적지 않게 보탠다.

잘 다녀간 선배들이 좋은 후배들로 이어진다.

이번겨울 교원대는 현택샘이 수장이 되어 샘들 명단을 짜고 있다는 소식.

고맙고, 든든하다.


Scout's Honor.

스카우트의 명예를 걸고, ‘거짓말 아니야! 진짜야!’쯤?

말끝에 자주 붙이는 말로 듣기 흔하다.

what I say is the truth쯤이겠다.

우리나라 식이라면 부모님의 이름을 걸고, 혹은 내 이름을 걸고.

“Why don't you believe me? Scout's honor!”; 왜 날 못 믿어? 정말이야!

그리 쓰고는 한다.

이름을 건다...

콜롬비아 한 부족에는 중요한 물건을 빌릴 때 자신의 이름을 맡긴다던가.

이름을 건다...

어떤 자리에서는 이름을 또박또박 말하지만

또 어떤 공간에서는 이름을 뭉갠다.

그건 나를 감춘다는 뜻이겠다.

그건 이름에 대한 부끄러움일 수도 있겠다.

아이들과 이름을 건다는 것에 대해 자주 이야기 나눈다.

이름에 부끄럽지 않기, 당당하기,

그것은 결국 자신의 삶을 그리 살자는 얘기일 것.

오늘 나는 내 이름을 걸 수 있었는가,

오늘 그대는 이름에 당당하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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