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16.물날. 맑음

조회 수 757 추천 수 0 2016.12.04 22:02:52


수능을 하루 앞두고 아침부터 전화가 잦았다.

꼭 그 일 아니어도 유달리 전화와 문자가 많았네,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집안사람들한테서도 전화가 들어왔고,

긴 긴 응원 문자들이 닿기도 했고,

더러 떡이며 단음식들을 보내오기도 하였다.

바깥수업을 가기 전 모임 한 곳에 가서는

보내준 수능 떡들 답례로 이웃에서 거둔 사과를 나누다.

오늘도 아이들을 향해 '해건지기'의 절이 있었다.


올해도 소금이 왔다.

상찬샘이 여러 해째 보내오는 것.

생멸치젓도 늦가을이면 들어온다.

처가에 보내면서 같이 챙겨주는 것.

안다, 그런 일들이 돈이 있어서만 할 수 있는 게 아님을.

고마운.

그나저나 여기까지 들어오지 않는 택배들,

며칠씩 몰아 한 번씩 오는 거야 깊은 산골짝이어 그렇다손 치더라도

아주 못 들어간다 하고 황간까지 나오라는 택배는 참...


집단 상담. 그래봐야 몇과.

오래 화를 안고 있던 한 사람은 얼굴이 펴졌다.

자기 혼자 남편에게 갖고 있었던 서운함이 역시 저 혼자 내려진 결과였다.

밖으로 도는 남편이 달라진 건 아니었던.

늘 내 마음이 문제라.

한 사람은 친정엄마와 겪은 오랜 불화를 털어놨다.

세상에 걱정이라고는 없고 평정과 평화가 함께한다고만 알고 있던 이였는데.

우리 모두 안에 그런 납덩이 하나쯤은 갖고 살더라.

그는 종교를 통해 극복했다.

종교의 긍정성 하나일 테지.

사람들이 물었다, 당신은 어려운 시간들을 어이 지나가는가 하고.

날마다 엎어졌다 일어나는 절이 있고,

물꼬, 그리고 거기 사랑하는 아이들과 동료들과 논두렁들이 있고,

절대적인 사랑을 나눠주는 가족이 있고,

지지하는 벗들이 있고,

물꼬에서 단련된 시간들이 있고, ...

그것은 또한 살 이유들이 되기도.

그렇네, 또 얼마쯤을 살아나갈 수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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