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20.해날. 봄날 같은

조회 수 769 추천 수 0 2016.12.05 10:37:46


여러 날 젖었던 하늘이 열리더니 봄날 같이 햇살 두터웠다.

푹한 날씨가 잔치 같았네.

사람 손이 여럿일 때 무엇이든 하자고,

수능을 끝낸 아이도 붙다.

학교 본관 앞 쪽으로 비닐을 치고

목공실에서 하다 둔 장순이 별장 지붕도 마저 손보다.

정자처럼 육각지붕을 만들다 두었더랬다.

마저 나무를 대고,

삼각면과 면 사이 모서리는 장판을 덧대고 꼭대기도 장판으로 마무리.

호텔 캘리포니아 장순이네 집 앞에서는

장순이 옛집 무너진 흙집에 황토에 짚을 썰어 넣고 간간이 돌을 끼우며 벽체 쌓기.

벽체라고 쓰니 갑자기 규모가 크게 느껴지지만

여전히 장순이 몸만 겨우 쏘옥 들어갈 수 있는 크기.

2003년 늦가을에 물꼬에 들어와 이 꼴 저 꼴 다 본 그이라.

열 네 해를 같이 살았다.

나이든 그를 위해 집 한 채 지어주고 싶었고; 호텔 캘리포니아,

그를 위해 그가 아끼는(큰집이 있어도 꼭 거기 들어가는) 공간을 보수해주고 싶었다.; 사랑채.

흙이 굳으면 지붕 올리고 그 꼭대기 작은 항아리도 하나 엎어 주리라.


밤엔 너냇 시간 에세이를 하나 보다.

취업을 위한 대열이 이어진다.

지금 보는 것은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는 한 친구의 글이다.

오랜 세월을 만나왔는데도 내가 몰랐던 가슴 아픈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래, 우리 서로의 일을 어이 다 알았겠는가, 알겠는가.

욕봤다, 모두여.


광화문에선 1백만 촛불시위가 있었다.

두렵다.

홀라당 넘어갔던 4.19의 성과, 홀라당 빼앗겼던 5.18의 성과, 홀라당 달아났던 6월항쟁의 성과,

그처럼 될까 봐.

하지만 우리를 믿기로, 시대를 믿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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