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날 젖었던 하늘이 열리더니 봄날 같이 햇살 두터웠다.
푹한 날씨가 잔치 같았네.
사람 손이 여럿일 때 무엇이든 하자고,
수능을 끝낸 아이도 붙다.
학교 본관 앞 쪽으로 비닐을 치고
목공실에서 하다 둔 장순이 별장 지붕도 마저 손보다.
정자처럼 육각지붕을 만들다 두었더랬다.
마저 나무를 대고,
삼각면과 면 사이 모서리는 장판을 덧대고 꼭대기도 장판으로 마무리.
호텔 캘리포니아 장순이네 집 앞에서는
장순이 옛집 무너진 흙집에 황토에 짚을 썰어 넣고 간간이 돌을 끼우며 벽체 쌓기.
벽체라고 쓰니 갑자기 규모가 크게 느껴지지만
여전히 장순이 몸만 겨우 쏘옥 들어갈 수 있는 크기.
2003년 늦가을에 물꼬에 들어와 이 꼴 저 꼴 다 본 그이라.
열 네 해를 같이 살았다.
나이든 그를 위해 집 한 채 지어주고 싶었고; 호텔 캘리포니아,
그를 위해 그가 아끼는(큰집이 있어도 꼭 거기 들어가는) 공간을 보수해주고 싶었다.; 사랑채.
흙이 굳으면 지붕 올리고 그 꼭대기 작은 항아리도 하나 엎어 주리라.
밤엔 너냇 시간 에세이를 하나 보다.
취업을 위한 대열이 이어진다.
지금 보는 것은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는 한 친구의 글이다.
오랜 세월을 만나왔는데도 내가 몰랐던 가슴 아픈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래, 우리 서로의 일을 어이 다 알았겠는가, 알겠는가.
욕봤다, 모두여.
광화문에선 1백만 촛불시위가 있었다.
두렵다.
홀라당 넘어갔던 4.19의 성과, 홀라당 빼앗겼던 5.18의 성과, 홀라당 달아났던 6월항쟁의 성과,
그처럼 될까 봐.
하지만 우리를 믿기로, 시대를 믿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