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22.불날. 빗방울 잠시

조회 수 784 추천 수 0 2016.12.05 10:41:45


친구들은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

따뜻한 집으로 나 대신 돌아가 줘/ ...

친구야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 주렴/ ...


jtbc 뉴스룸에는 오늘 루시드 폴의 ‘아직, 있다’가 동행했다.

세월호를 추모한 이 곡은 지난 17일인가에도 흘렀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목이 큼큼거렸다.


소설, 신기하기도 하지, 절기란.

아침까지도 그렇게 푹할 수 없던 11월 날씨이더니

볕 아주 잠깐, 볕 잊을까, 나 여깄다, 스쳐지나가고

정오를 넘기며 바람이 쌀쌀해졌다; 손돌바람, 손돌추위라.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더니, 그참...

살짝 빗방울 몇 떨어지다 긋다.


이른 아침부터 ‘아침뜨樂’이 바빴다; 못 방수와 잔디 까는 작업을 위한.

이웃 어르신 한 분 달골 올라와 못을 돌아보고 조언을 더하고

굴삭기 여럿 연락을 취해주시고,

다른 어르신이 이어 올라와 말을 보태고 굴삭기 기사도 불려오고,

당장 이번 주 안으로 이틀 일정을 잡아보다,

장순샘이 또 말을 보태고,

결국엔 봄으로 미루기로 하다.


배추가 부려졌다. 주말에 김장을 하기로 했다.

나무날 오기로 했더니 밭 사정이 그리 되었다.

옛 목공실에서 배추를 가르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

배추를 잘 덮어두다.


몇 해 만에 품앗이 샘 하나 글월 보내오다.

‘... 전에 옥샘이 어른들 계자 모집하는 문자에 "이 참담한 나날들을 어찌 보내고 계시는지들"이라고 보내신 적이 있습니다. 그 말을 지금까지도 마음에 담으며 살고 있습니다. 슬프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한 그 말이 살면서 되게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세상 누군가는 다른 이의 참담한 나날을 걱정해주며 살아가고 있다는 게 뭔가 가슴 벅찬 일이었습니다. ...’

아마도 그건 과부 사정 홀아비가 안다는,

없는 사람이 없는 사람 사정을 더 헤아린다는,

내 마음도 그리 참담하였기에 이심전심 아니었을지.

뜻밖의 위로를 뜻하지 않게 받기도 하는 것이 또 사람의 일들이라.

이 말도 안 되는 시절에도 삶은 계속 되는 바

그런데, 더러 일상 또한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기도.

그 속에 생각 밖에 날아든 글월 하나가 얼마나 위로가 되었나를 그에게 말해주었네.

고마우이.


논두렁 한 분이 지난달에 자식 하나를 치웠다.

건강을 잃었던 어느 때 달골에서 여러 계절을 묵고 가시기도 했다.

계절마다 계자를 다녀간 댁의 아이는 새끼일꾼이 되고 품앗이일꾼이 되고,

그리고 혼례에 이르렀더랬다.

물꼬 일정과 겹쳐 걸음은 못하고 인사만 넣었는데,

들어온 감사 문자에 답한 줄 못 드리고 날만 흘렀더니

이제야 몇 자.

‘퍽 늦은 인사입니다.

아이 둘을 키워내고 치우시기까지 두 분의 삶에 경의를.

(한때의) 고마움이셨단 말씀은 충분히 그간 인사가 되었습니다.

저 역시 어렵고 외로웠던 시간 얼마를 크게 기대고 살았더랬습니다. 잊힐 수 없는 일입니다.

많은 일이 지나고나니, 그땐 그게 최선이었단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두고 온 옛일에 죄송함이.

건강하시길. 좋은 날 좋은 일로 뵙길. ***님께도 안부를.

옥영경 절.’


자기가 아는 자기 모습이 있다.

그걸 알기에 그 모습이지 않으려 어떻게든 안간힘을 써볼 때도 있지만

결국 거기 이르고 만다.

사람이 그렇더라.

오늘은 그런 생각이 드는 거라, 나는 더 이상 길이 없다.

그래서 ***를 해야 한다.

그것마저 않는다면 이 생이 얼마나 서러우냐.

누구도 자신을 구원해주지 않는다.

자기 자신만이 오직 자신을 구원할 수 있다!

하여 때로 우리는 자신에게 길이 없음을 기뻐하노니.

그토록 바꿀 수 없던 생체리듬도 생의 어떤 일을 통해 바꿀 수 있다.

50년을 그리 살았어도 어느 날 아침 생각을 바꾸면 그럴 수도 있더라.

그게 사람이다.

하여 생각이 중요하다; 무엇을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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