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24.나무날. 흐림

조회 수 805 추천 수 0 2016.12.12 13:54:39


드디어 장순이 사랑채 지붕을 올리다, 만든다고도 여러 달, 만들어 놓고도 여러 날. 

개집 말이다.

새집 ‘호텔 캘리포니아’를 지어주어도 저 살던 옛 흙집을 더 좋아하던 그였다.

거기 양철지붕을 이고 있었는데,

나무지붕을 얹어주리라 하고 한참 전부터 마련했더랬다.

그래놓고도 하는 김에 벽체를 더 높여주려 했고,

따순 지난 주말 마침 여러 손들이 있어 짚을 넣고 황토를 개서 벽체를 다듬었다.

갈라지는 틈을 며칠 나무망치질하며 다져왔고,

오늘 드디어 지붕을 올렸네.

생각했던 것만큼 근사하진 않지만 장순이가 자꾸 맴을 돌며 좋아라 했다.

2003년 늦가을부터 이적지 같이 살며 이꼴저꼴 다 바라본 그의 세월에 대한 예우였다.


주말 이틀 김장을 하려한다.

일의 끝도 그렇지만 시작도 청소라.

김장을 위한 청소를 한다.

하는 결에 본관도 쓸어내고,

부엌이야 윤을 내야 함은 당연한.

부엌 곳간도 쌓인 먼지를 털고,

언제든 필요할 때 바로 꺼내 쓸 수 있도록 갈무리해둔 큰 채반들이라지만

다시 쓰자니 다라이라 하는 큰 들통들이며 꺼내 닦아야.

예년이라면 메주 쑤는 일도 같이하고 고추장도 담는데,

이번에는 김장만.


통로의 늘린 신발들도 죄 꺼내 빨다.

계절이 또 바뀌어 있었다.

선생들이 여기서 신는다고 두고 간 신발들도 다시 와서 바로 신을 수 있게 빤.

솔질 팍팍 하다 뻐근해지면, 이것들이 일을 돕는다고 오는 거야 마는 거야,

애정 어린 툴툴거림도.


달골도 올라 청소를 하다.

곧 겨울동안 비우게 될 것이다.

화분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단도리하는 일이 가장 먼저이겠다.

베란다에 있던 것들 거실로 들이고,

겨울을 날 수 있겠는 건 남겨두고.

얼마쯤은 더 여기서 겨울을 맞겠지만 섣달에는 학교 사택에 짐을 부릴.

눈 짙게 오면 그게 공간 이동의 시작점이 될.


밤, 금룡샘이 들어오다, 김장에 붙는다고.

작년에도 함께했다.

집안의 큰일들은 남자들 손이 아쉽더라.

올해도 큰 힘이겠다. 고맙다.


이토록 불법에 성실할 수 있는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차곡차곡 나오는 뉴스 앞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10월 29일 청계광장에서 3만 명으로 시작했던 촛불집회였다.

대통령 하야까지 계속! 이번 주도 백만을 넘기고 말.

어디 광장에 모이는 이들만이 민심이겠는가.

멀리서도 힘을 보태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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