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끝내고 작정한 섬나들이가 있었고,

이어 산에 들었다.

상설학교로 입학과 졸업이 없어도, 여전히 물꼬에는 학기제가 있고,

그 처음과 끝 또한 늘 산오름이라.

아직 바깥수업이 덜 끝나긴 하였으나 11월말이면 여느 때의 가을학기 끝.

섬에서 돌아오던 물날 밤 읍내에서 인문학모임,

나무날마다 하는 이 변방에서도 열리는 촛불집회 소식을 나누었고,

나무날 오전에는 청주에서 청소년자원봉사활동지원 단체들의 회의가 있었고,


그리고 소백산에 든 것, 바깥나들이 내친김에.

선생들에게 입사를 위한 면접이 있었고,

아이들에게 입시를 위한 면접이 또한 있었다.

걸음이 다 기도인 시간이었다

(바깥수업 두엇은 학기말이 한 주 늦어진).

첫날 바람 많았고, 이튿날은 바람 잦고 하늘 높고 푸르렀네.


남대리 상신기(웃새터마을;두릅밭골)에서 밤을 묵었다.

영주 부석면 남대리는 물꼬가 있는 영동의 삼도경계(충북 영동, 전북 무주, 경북 김천)처럼

충북 단양 영춘면과 강원 영월 김삿갓면과 경계를 이루는 삼도접경.

부석에서 태백산맥 마구령(820m)을 넘어

이 길 맞는가 끊임없이 의심하며 어둔 산길에서 도깨비불처럼 만난 주막거리,

거기 연락 받고 기다리는 화물차가 불을 밝히고 있었다.

마을 맨 위 가장 좋다는 펜션에 잡아주신 방을 마다하고

그 댁 할머니 곁에 깃들다.

갓 잡아온 멧돼지로 요리가 한창인 산골 저녁이더라.

거기 같이 기거하는 약초꾼 둘을 안다.


이튿날, 수행을 끝내기를 기다린 식구들과 아침을 먹고

상신기 마을을 왼쪽으로 두고 오른편 늦은목이재를 향한 골짜기에 들어서다.

방물길과 보부상길이라는 소백산 자락길 아홉째자락(주막거리-상신기-늦은목이재-생달마을-오전댐).

소백산맥을 대번에 넘으려면 숨차도 부석면 임곡리 뒷길로 넘는 매기재(마구령)를 넘지만

약간은 느슨한 늦은목이재를 보부상들이 장삿길로 택했더라고.

울진에서 시작하는 십이령길과 연결되고, 유명하다던 내성장꾼들의 교역통로였다는.

잿마루 부근 낙동강 발원지 샘물이 솟고,

태백산 줄기 선달산에서 발원한 마흘천이

김삿갓계곡을 거쳐 영월 동강과 만나 한강으로 흘러가는데,

그러니까 늦은목이가 낙동강과 한강의 분수령.


늦은목이에서 능선을 좀 타다 절골 쪽으로 산을 헤집다,

오른 쪽으로는 두레박골.

손괭이를 꺼내 잡고 더덕을 찾기 시작한.

더덕을 잎줄기도 없이 겨울에 어찌 찾아내는가,

하얗게 나무줄기를 감아 올라간 게 보이거나

형체를 그대로 보이는 말라있는 더덕꽃이 표식이라.

가늘디 가는 줄기는 쉬 끊어져 그만 자리를 놓치기 일쑤,

그땐 미련 없이 일어서야.

그런데 자주 내가 끊지 않았는데도 끊긴 줄기가 흔했다.

멧돼지가 지났음직한, 혹은 다른 산짐승 달린.

한참을 커다란 소나무를 올려다보며 감탄도 하고,

계곡을 타고 내려오다 판소리도 한 대목.

저기 다시 두릅마을 보였네.

엊저녁 들려던 펜션의 주인장이 내는 쑥차를 마시고 다시 할머니 곁에 왔다.

자식들이,라고 하지만 중노인들인, 모여 두레상에서 또 멧돼지요리를 들고들.

하룻밤 더 자고가라는 할머니의 간곡한 청,

다음을 기약하니.


한 밤, 대해리에 들어선 차에는

주인장이 실어준 오미자효소, 아픈 무릎에 쓰라고 술용으로 차용으로 준 송담,

산에서 캤던 더덕이 있었다.

물꼬의 6월 시 잔치에도 함께했던, 한때 건설회사 소장이었던 약초장수 김소장님,

이러저러 객을 잘 살펴주시었네.

언제는 겨우살이를 한 짐 보내오기도 하셨던.


주말 이틀은 예비교사 연수가 기다린다.

들어와 손을 거들기로 한 기표샘은 뜻하지 않은 인터뷰로 서울서 발이 묶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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