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어쩜 그리 푹했던가, 늘 절묘한 물꼬의 날씨라더니.

바람도 없어 검불들을 태우기도 좋았네.

땅이 얼 때 와서 진탕 고생만 하다 가는 건 아닌가,

일이 안 되면 안에서 하는 교육으로만 진행해야지 싶더니

웬걸 일손을 크게 거들고 가네.


1교시: 해건지기.

누가 있으나 없으나 하는 수행이다.

그래도 동행하는 이들이 있으면 한결 수월하고 힘이 더 나지.

함께해서 고마웠다.

몸을 풀고 티벳 대배로 절을 백배하고 호흡명상을 하고.

간절한 기도, 내 삶의 성찰, 그리고 세상을 향해 평화에 기여하는 시간.

마음에서 일어난 것들을 나누었네.

실패한 경험이 준 의기소침을 헤쳐 나갈 힘을 얻었다,

미움이 일어나는 사람 하나 있었다, 이제 그만 미워할 수 있겠더라,

그런 고백도 있었다.

나 역시 그런 마음 자락 하나 있었으니.

얼마 전 아끼는 제자 하나의 입사 시험과정을 뉘에게 전하였는데,

“아, **쟁이!” 그리 폄하하는 낱말에(그는 꼭 나쁜 감정을 담은 게 아니었지만) 속상했다.

이제 시작하는 젊은 친구의 분투기를 그렇게 받다니,

물론 그 직업에 대해 잘 아는 이를 알고 있었어도 그랬겠지만,

자주 그의 말법에 언잖았고, 상처입기 쉬웠다, 그는 의도가 아니었을 것이나.

절을 하는 동안 사랑하는 제자에 대한 내 마음이 깊어 그랬겠거니 마음이 누그러지고,

나는 또 얼마나 구업을 쌓았으려나 아렸고,

그 사람의 안녕도 기원하게 된.

맨날 사람 되자고 하는 절이네.

이 젊은 벗들의 걸음이 순조롭기를 또한 간구하기도.


2교시와 3교시: 일.

일은 참과 거짓을 판별한다, 잘 할 수도 못할 수도 있지만.

일을 해보면 그 사람을 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일은 또한 우리를 단련시키나니.

그리고 함께하는 이들을 끈끈하게 묶어주기도 하는.

달골에 또 올랐다.

햇발동과 창고동 뒤란 마른 풀들을 뽑거나 걷어 내거나.

도깨비바늘이 붙어 따끔거리기 일쑤였다.

뒷정리를 맡기고 내려오다.

다른 때라면 학교아저씨가 함께할 것이지만

오늘은 읍내 장날이라고 나들이 보내드렸다,

믿고 쓰는 이들이 같이 있으니.


학교로 돌아와 낮밥을 준비하는 그 사이에도

마을에서 손님 하나 들었다.

아이들과 종종거려야 할 일정이라면 다음에 오십사 하겠지만

헌신적인 샘들과 같이 하는 일정이라 여유가 있었던.

차를 달였고, 다식도 준비하고.


4교시 ‘마친보람’.

“옥샘, 영지는 물꼬 토스트 먹으러 온대요!”

샘들이 갈무리 글을 쓰는 동안 빵과 샐러드와 차를 준비했다.

아주 늦은 낮밥을 먹고 다섯 시가 넘어돼들 갔네.

불편도 하고 일도 만만찮았던 일정,

온 마음을 다해준 그들이었네.

밥값하겠다더니 정말 그리한.

우리 밥값하는 삶이라면 그보다 더한 무엇이 사람살이에 있으리 싶던.

마지막은 ‘교사의 자리’에 대해 읊었더라, 가르칠 수 있는 용기에 대해.


그런데 샘들아, 된장집(욕실 있는) 마루(고작 한 평 밖에 안 되지만)가

마루인 줄 몰랐지? 신발장이 안에 있으니 신발을 신고 들어오는 줄 알았나벼.

비에 추위에 들여놓은 신발장이라우.


사람들이 들어오면 그 편에 또 세상 소식을 듣는다.

요새는 대학원 입시에도 사교육을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네.

아, 그렇구나...

취업준비생들도 30%가 넘게 사교육을 받는다고 했다.

아, 그렇구나...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구나...

사느라 어디서고 욕본다.

나만 고달픈 게 아닐지라, 힘내시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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