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 5.달날. 맑음

조회 수 760 추천 수 0 2016.12.21 12:45:53


지붕 덜렁거리는 밤.

하지만 이른 봄바람 같이 찬기가 가신.

주말도 그랬고, 오늘도 푹했다.

학교 아저씨는 된장집 마당 마른 잡초를 예취기로 정리했다.

오전 교무실 일들,

오후 목공작업.

장애아의 위탁교육 신청이 있었다.

미안하다. 지금은 힘에 좀 부친다, 겨울 공간의 열악함도 있지만.

계자에 합류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화목샘의 연락이 닿았다,

스물에 처음 물꼬를 만났는데 군대도 다녀오고 임용고사를 준비해야 할 때가 된.

‘이번 겨울 계자는 후배들 참가도 많고 저도 다른 일정하고 겹쳐서 못갈 거 같습니다.

대신에 다른 날에 찾아뵈려고 물꼬 일정을 보니 12월 말에 청소년계자가 있더군요.

혹시 청소년계자 때 손이 모자라시면 채워드리고 싶은데

제가 참여해도 되는 게 맞는지 조심스럽네요.

이 날 아니어도 다른 날에 미리 연락드리고 찾아뵙겠습니다.’

청소년계자는 집단상담에 가깝다.

사실 처음엔 청계에 이어 곧 계자가 있으니

샘들에게 무리하게 움직이게 하고 싶지 않은 뜻이 컸고,

나중에는 그것이 더 깊이 청소년들을 만나는 장이 되어 혼자 진행하는 걸로 굳혀지게 된.

예비교사 연수를 대신해 샘들이 참여한 적은 있지만.

올해는 화목샘하고 같이 꾸려 봐도 좋겠다,

중등 예비교사이기도 하니 아이들에게 특히.

계자로, 또 계자에서 같이 밥바라지로도 함께 호흡을 맞춰 보았던.

‘청계는 집단 상담에 가까워서 혼자 진행하는데,

화목샘이라면 얼마든지 좋아, 좋아.’


‘나무랑’.

뚝딱뚝딱(우리들의 목공수업)이 있었다.

얼마나 했으면 저리 할 수 있게 됐나,

목공방을 하는 선생의 공구를 다루는 품새를 본다.

세월과 집중을 읽는다.

마침 있던 켠 느티나무를 들고가 곁에서 접시를 하나 만들었다.

하나는 조각칼로 다듬기 직전까지 공구를 가지고 기본 작업을 하고,

하나는 공구를 써서 마감했다.


소사아저씨가 면도기를 잃었다.

남자들이 다녀갔고, 욕실을 썼고,

그러니 사람들이 챙겨간 짐 속에 딸려갔을 수도.

“선반 아래랑 구석구석 다 찾아보셨어요?”

값도 값이겠지만 손에 익은 게 사라져 애타하신다.

사람들한테 문자 넣으니, 없단다.

“그럼, 다른 데 두셨나 보다.”

다시 잘 살펴보라 했지만 역시 없다신다.

그런데 한밤 혹시나 해서 욕실에 들어가서 선반의 아래 구석 쪽을 엎드리다시피 두리번거렸다.

“와, 있다!”

이미 딸려갔다고 생각한 순간 찾아지지 않는 물건이었던 거다.

이런 것도 일종의 확정적 편견 같은 것이겠다.

이미 그렇다고 생각한 순간 다른 길을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날마다의 삶 속에서 날마다 깨침이라.


저녁의 바깥수업도 없는 달날이어 이웃마을 산자락에 들었다.

산골 벗이 있어 좋다.

저녁을 같이 해먹고, 음악을 들었다.

그곳에는 훌륭한 스피커가 있다.

생일 언저리라고 건강보조식품도 선물 받고(누군가 챙겨주는 건강이 고마울 나이),

아주 좋은 이어폰을 받았다.

낙관을 찍은 작품도 하나 실었네.


‘적도 기니라고 독재자 나라. 거기 독재자 신하로 잠시 간다.’

몇 해 만에 선배 소식을 들었다,

죽을 뻔 한 일이며 몸이 찢어져 여러 군데 꿰맨 소식이며.

멕시코 칸쿤에서는 술집 영업하다 마약 카르텔과 마찰이 일기도 하고,

동시에 한국여행사 사기로 회사가 부도가 난 일들까지.

‘한국오기 전에는 사막에 있었어. 이명박이가 날려버린 자원개발 동광산에.’

정부 측 초청장과 항공권을 기다리고 있다 했다.

어디서고 땀내 나게 산다, 모다.

어디서고 수고로울 우리 생이라.

나는 또 여기서 애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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