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 7.물날. 싸락비

조회 수 849 추천 수 0 2016.12.21 13:03:30


절기는 대설(大雪).

새벽부터 내린 비는 싸락비가 되었다.


이 작은 학교도 본관 말고 공간이 많다.

버젓이 교실이고 자주 쓰이는 곳도 있지만

자잘한 공간들이 또한 여럿이니

청소라도 한다고 한 바퀴 돌라치면 그게 또 여러 날이라.

오늘은 주로 허드렛짐이나 버려질 것들이 모이는

뒤란 보일러실과 큰해우소 뒤 창고를 돌아보는 것만으로 나절가웃.

쓰레기... 사람의 흔적들...

사는 일이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일.

버리는 일 잦지 않게 하는 살림인데도 사람들 다녀가면 남는 것이 또 쓰레기.

분리도 하고 태우기도 하고.

돌아간 자리가 환하게 할 것, 세상 끝 날까지 그럴 일이겠다.


곧 고교를 졸업하는 아이가 운전면허시험을 준비한다 하기

덕분에 아이 때문에 시험이 수월해진 줄 알았네.

다시 어려워진다지.

그런데, 왜 간소화 되었던 걸까?

자료를 좀 뒤적여보다 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때도 ‘그들의 나라’(정권을 잡은? 권력자들과 주변부?)였다,

명분이야 무엇이었든.

기능시험만 해도 700m에서 50m로 줄었더라.

하하, 몰랐다, 몰랐다. 달리기도 아니고 차운전에서 50m라니.

그렇게 간소화시키면 운전면허 취득이 당연히 쉬웠을 테지.

무려 200%.

그 얘기는 차를 살 잠재고객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것.

자동차업계에서 영업 200% 성장시키려면 그 광고비가 얼마일까.

그걸 제도적으로 만든 것.

그럼 그 이득을 누가 가졌을까?

그걸 챙긴이들이 그 VIP의 형제들. 이런!

이명박 정권 말기쯤의 일이었겠다.

어쩜 그렇게 구석구석 살뜰하게 챙겨먹었던가.

지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건너가는 촛불이 여기서 끝나지 않고

앞 정권이 갈취한 나랏돈까지 몰수 혹은 환수할 수 있는 데까지 가기를, 가도록,

그리고 제1공화국까지, 나아가 우리 현대사 질곡 모든 문제의 근원 반민특위 부활까지!



절창인 미당의 시들 가운데 ‘신부’(<질마재신화>가운데)는

어린 날에도 안타까움으로 오래 기억되었는데

나이 먹어서도 가끔 생각키고는 한다.

오늘도 어떤 이로 문득 그 시가 생각났는데,


신부는 초록 저고리와 다홍 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 니다. 그것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 새를 못 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당기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고 뒤도 안돌아보고 나가 버렸습니다. 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 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40년인가 50년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 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스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운 재가 되어 폭삭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초록 재와 다홍 재로 내려 앉아

버렸습니다.


헤어지고 나서 ‘이유를 모르겠다’고들 한다.

뭐 그렇게까지 타인을 아프게 할 게 뭐람, 말이나 해주지 말야.

40년인가 50년인가라니, 매정도 할세.

말하라, 서로.

말하기, 서로.

말해주기, 서로.

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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