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 9.쇠날. 맑음

조회 수 701 추천 수 0 2016.12.21 13:12:26


교육지원청과 학교 임대료 문제로 씨름 중이다.

지난 20년 성실한 세입자였던 물꼬이다.

20년을 지내니 비로소 오랜 을의 자리에서 이젠 꽤 큰 소리를 내기도 하는.

지난 7월 도교육청과 협상 테이블(?)에서 이미 얘기를 끝냈다고 생각했던 것이

실무진과 그 절차에 걸림줄이 여럿이다.

“아이참, 정말 학교 안 쓸까 봐!”

물꼬가 대안이 아주 없지야 않으니까,

우리들에겐 아쉬운 대로 달골 공간이 있기도 하니까.

그동안 이 낡은 공간을 건사하느라 쉽지 않았고

그 고달픔으로 때로 학교 건물을 버리고 싶은 마음이 찾아들기도.

모진 겨울이면 열두 번도 더 도망을 치고프고는 했으니.

물꼬는 서류상으로 교육시설임을 입증하는 증서가 없다.

겨우 고유번호증과 비영리민간단체등록증 정도.

그저 오랜 세월 살아온 교육활동의 기록들이 있을 뿐이다.

도교육청 재무과와 지원청 경리과에서

평생교육시설로 만들어볼까도 하고 이러저러 방법을 강구한다.

알아서들 하시겄지,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내주셔요, 그러고 있네.

오랜 시간 견뎌온 세월이 그대로 힘이 되는 순간일세.

되겄지. 안되면? 말고. 정말? 정말...


무기력이 잠시 찾아와 있다.

나절가웃을 누워있었다, 등앓이로도.

그래도 해건지기는 계속된다.

수행에서 몸풀기를 건너뛸 때는 있어도 티벳 대배 백배는 멈추지 않는다.

그것마저 않는다면 이 생이 얼마나 맥없을 것이냐,

마지막 보루처럼.

그리고 그 위에 사람들이 보내오는 연대와 지지가 또 손을 끌어주나니.


저는 물꼬를 잊은 적 없어요.

물꼬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그런 소식들이 줄을 잇는다.

특히 수능을 끝낸 12학년 아이들.

‘...

수능이랑 입시 모두 끝나고 다 말씀드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이제서야 연락을 드리게 됐네요...’

한 아이는 고1 겨울방학에 발목을 크게 다쳤더란다.

3개여야 하는 발목인대가 이미 2개 파열,

남은 하나도 20% 밖에 남지 않았다고.

또 발목이 꺾일 때 생기는 각도가 많이 벌어져 당시에는 매우 심각한 상태여서

병원에서 즉시 수술을 권했지만 두 달 이상이나 학교를 쉴 수 없어’

수능을 기다렸다고.

얼마나 고생을 했을꼬.

‘물꼬는 청계라도 가보려고 했는데 엄마도 저도 불안하기도 했고

저는 가봤자 짐만 될 것 같기도 해서 못 갔습니다.

사이사이 이런 사실을 알려드렸어야 했는데 너무 늦게 알려드린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그동안 소식도 궁금하시고 걱정도 되셨을텐데.. 또 걱정 드리는 것 같네요...

다시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 상태를 보고 수술을 할지 말지 봐야 될 것 같아요...’

이번 청계나 계자도 힘들 것 같다고,

수술 끝난 후 상태 보고 다시 연락한단다, 입시결과와 함께.

잊히지 않아 고맙고, 소식 주어 고맙고, 수술을 하면 괜찮을 것이라니 더욱 고맙다.

그대도 잊히지 않았으니.


국회에서 박근혜 탄핵이 가결!

박근혜 탄핵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

이제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180일 이내에 있을 예정이다.

촛불이 불러온 결과이고, 결코 아직 끝이 아닌.

고생했던 광장의 시민들,

한편 마음을 보태며 일상을 열심히 살아낸 촛불을 지지한 사람들에게도 찬사를,

그리고 여전히 나아갈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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