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일 불날 짱짱한 하늘

조회 수 1320 추천 수 0 2005.05.08 23:07:00

< 5월 3일 불날 짱짱한 하늘 >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권태응님의 시에 붙인 노래지요.
하얀 꽃 핀 건 파보나마나 하얀 감자랍니다.
"돼지 감자는?"
혜린이랑 령이가 웃어제낍니다.
돼지 꽃에서 핀다합니다.
"그럼, 채규는?"
오늘은 어제 하늘이에 이어 채규가 툴툴대며 다녀
우리들을 불편케 하던 참이라
노래로 슬쩍 놀려주었지요.
"채규 꽃 핀 건 채규 감자..."
채규 저도 씨익 웃고 맙니다.
이렇게 넘치는 놀이와 노래들로 꽃밭 같은 대해리라지요.

"젓가락질이 그게 뭐냐?"
어느 때 어른들이 가마솥방에서 아이들에게 그랬지요.
오늘 셈놀이에선 젓가락을 들고 놀았습니다.
나눗셈을 익히는 길이었지요,
계산기까지 들고 나와.

검도도 하고 한국화도 하고
달골 포도밭에 덜 걷은 비닐을 마저 걷으러들 갔지요.
"령이가 가르쳐주었어요."
아이들 데리고 오른 연이샘은 령이에게 잘 배우셨답니다.
풀과 씨름할 길이 없어 포도농가는 그렇게 비닐을 까는데,
전 주인이 해놓은 일이 우리랑은 다른 농사법이니
다 걷어내야 했네요.

애들 일이라면 물불 못가리는 게 좀 있습니다, 제가.
이장님과 아이들 일로 동네 한가운데서 한바탕 다툼이 있었더랍니다.
저도 제가 그리 사나운 줄 미처 몰랐더이다.
우리 아이들, 저들도 농사짓고 사느라
행여 넘의 일년 농사 그르치진 않나 얼마나 조심하며 사는데...
이웃 다른 아이들이 남의 농사 망친 일들을
죄 물꼬 아이들이 그랬다 잘못 알고 계셨던 게 시작이었습니다.
뭐, 동네에서 마주하고 살다보면 그렇지요, 뭐.
다툼을 부끄러이 여기자,
지금 일어나는 바로 그 화, 그게 '화'구나 알아차리고 내려놓자,
그러는 사람이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으니
애들 앞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지요.
그런데 외려 아이들이 위로합디다.
그동안 여러 일들을 참아온 걸 이해하는 게지요.
아이들 일기를 들여다보니
저들끼리도 이러저러 얘기 나눴던 모양이데요.
하기야 뭐, 자고로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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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3일 물날 맑음

(생략)
그런데 이장님은 애들이 착한데 상촌초 애들이 괴롭혔다 그런다. 오히려 상촌 애들이 우리 괴롭히는데...(*)
애들이 "옥샘이 선배다!"라고 했다. 왜냐면 먼저 참는 사람이 선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늘 이장님이 싫었다.
(5년 김나현)

*아이들은 상촌초등 노란버스를 욕하는 스쿨버스라 부르지요.
예 아이들이 일하고 있는 곳을 버스로 지나치며
손짓으로 욕을 하거나 창을 열고 욕설을 뱉는 일들이 있었나 봅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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