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14.물날. 흐림

조회 수 703 추천 수 0 2016.12.27 17:03:25


겨울, 연탄재가 쌓여간다.

사람이 산 흔적들.

이곳에서도, 사람이 사는 데 그렇게 많은 게 필요치 않다, 하고 사는 삶이어도

사는 일이 흔적이 쌓이는 일이라.

우물가로 연탄을 모으고, 틈틈이 깨 땅을 돋우고 있다.

못다 하는 일은 아이들이, 또 샘들이 와서 손을 보탤 테다.


아무것도 아닌 그저 순조로운 일상들이 처진 마음을 어루만져주기도.

사람 비었다고 그만 방의 연탄 빼버려

아랫목 이불에 묻어둔 청국장이 띄워지려는가 싶다가

다시 더운 김 쐬고 불 지폈더니

오늘 방문 열자 확 쏟아지는 청국장내. 띄워지더라!

교무실에서 서류를 인쇄할 일들도 수월했네.

그런 것 하나도 어째 한 번에 쉽지 않은 이곳 낡은 살림인데.

압력 밥솥 손잡이 하나 그예 떨어져 부품을 찾느라 어딜 가야하나 싶더니

한 번에 들어간 인근 도시 가게에서 해결을.

부엌 수도꼭지 하나도 그만 아주 작동이 안 되더니

떼어내 나가는 길에 들고 갔는데, 어르신 한 분이 만져주시다.

이러저러 물꼬 살펴주시는 인근의 상숙샘이

주사기까지 사와 약품을 부어 막혔을 법한 안을 어찌 해본.

혹시나 하고 꼭지를 새로 사오기도 했는데, 되더라.

누가 그리 해줄 수 있을는지.

또 다른 어르신 한 분은 아이들 작업할 때 쓸 목장갑들을 챙겨주셨고,

밤에 방에서조차 손이 시려워 작업이 어려운 산골 삶을 위해

손가락 끝만 나오는 팔토시를 챙겨주시다.

인근 도시로 나가서 하는 바깥수업이 있는 날엔

가끔 일찍 나가 한 화가의 아뜰리에서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데,

오늘은 다 닳아져있는 내 팔레트에 당신이 물감을 채워주시었더라.


새끼일꾼 하나의 부탁.

아이들이고 어른들이고 간절함을 담을 때,

자기도 애쓰지만 곁에서 누군가 손잡아 주었으면 싶을 때도

그렇게 연락들을 한다, 우리 비록 곁에 있지 않아도.

시험을 앞둔 그에게 응원을.

그리라도 할 수 있는 물꼬의 역할에 감사함.

이 산마을에서 간절하게 기도하고 또 기도하나니,

평안들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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