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15.나무날. 맑음, 기온 뚝

조회 수 717 추천 수 0 2016.12.27 17:09:28


...

온몸으로 부딪히고 담금질 당하면

무쇠가 빛나는 강철이 된다


강철의 모습을 보았는가

적개심으로 핏발선 투사의 얼굴이 아니다

열광으로 들떠 있는 쇳소리가 아니다

투쟁의 용광로에서 무르익고 다듬어진

부드럽고 넉넉하게 열려진 가슴,

적과 철저하게 투쟁할수록

안으로 텅 비어 맑고 웅혼한 종울림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강인한 포옹이다


강철은 따로 없다

작은 싸움도 온몸의 열의로 부딪쳐가며

큰 싸움, 빛나는 길로 나아가는 사람이다

...


; (박노해의 ‘강철은 따로 없다’ 가운데서)



‘박노해 시집을 읽는데 옥샘을 떠올리게 하는 구절이 있어 적어보냅니다,로 시작하는

성탄 카드가 바다를 건너왔다.

그의 시로 또 따뜻한 하루였나니.

‘겨울이 많이 춥게 느껴지지 않으시길 소망합니다.

옥샘,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

그대 겨울도 푹하시라,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나니.


땔감을 여러 날 마련하고 있다.

학교 뒤란 아래 쓰러져 널브러진 나무들을 끌어올려두었고,

농기구 창고에서 연일 자르거나 켜거나.

큰 것은 큰 것대로 작은 것은 작은 것대로.

이런 순간도 산골 삶이 주는 깨침 같은 게 이는.

단순한 움직임이 가져오는 삶의 명징함이랄까 그런 것들이 있다,

엄살처럼 감정의 극대화로 느껴질 법도 한, 숭고함 같은 것이 느껴지는 그런.


펑펑 운 일 있었더라.

마을에서 기대고 사는 어르신 두 분이 교통사고로 입원한 소식이 들어왔다.

유리가 눈에 들어가 실명할 수도 있었다는.

“인자 동네 사람들 못 보고 죽는 줄 알았어...”

산골에서 산 날들은 어르신들을 하나씩 보낸 시간이었다.

너무 이르게 또 사람들을 보내나 덜컥하였던.

낼 아이랑 병문안을 가겠노라 했다.


세상은 늘 비 오면 걱정인 소금장수이고, 볕 나면 또 걱정인 우산장수이기도 한.

슬픔과 기쁨이 균형을 맞춰가는 사람살이라.

한편 경사났네.

아이들의 모든 것은 언제나 세상의 환희라.

세 자리 수 몸무게에서 두 자리로 내려온 아이,

요새 그에겐 그게 가장 관심사이니 바란대로 되어 같이 좋아라 하였다.

이어진 소식도 있었네.

산마을에서 9학년까지 학교를 다니지 않고 살던 아이가 고교 3년을 제도학교에서 보냈고,

수능을 봤다.

오늘 수시 합격 소식.

아, 이제 집을 떠나는구나, 그 생각 먼저 들었고,

다음은 세월호 아이들을 생각했다.

아이는 세월호를 타지 않았고(우리는 세월호를 타지 않았고!),

오늘 살아 합격 소식을 들었다.

공부 잘한 것들이 한 짓거리들을 봐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

영향력이 큰 사람일수록 더욱 중요할.

그런 죽음을 만든 일들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는 이가 될 수 있기를 아이와 결의하다.

어찌들 알고 축하인사들을.

실시간으로 삶을 다 공유하는 이 시대의 놀라움이라니,

지역이야 지역이라지만 멀리서도.

기쁨을 같이 나누어 주는 이가 정작 친구라던가,

고맙다, 모든 벗들이여,

애썼다, 합격 소식 들은 모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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