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21.물날. 비

조회 수 670 추천 수 0 2016.12.30 02:42:19


동지(冬至).

양기가 새롭게 생겨 오르는 동짓날,

팥죽의 재액소멸의 기운으로 오늘도 무사한 우리들의 삶에 축하를.

내일은 더욱 큰 해가 떠오르리,

한 선배의 격려 문자였다.


겨울비가 여름 창대비처럼 내리는 밤.

종일 살짝 흩뿌리다 저녁답에 굵어지더니.

이제야 기말고사가 끝난 새끼일꾼들이 부랴부랴 청소년계자 신청서를 보내고

금세 마감. 열 하나로.

달골 기숙사도 학교 본관도 아닌, 이번에 잠자리로 정한 사택 규모라.

수능을 끝내고 돌아온 넷에다 8,9,10,11,12학년이 고루 모이게 되었다.

대개 초등학교 때부터 물꼬를 오던 오랜 인연들.

일곱 살 때 처음 온 뒤로 열세 해째 물꼬에 걸음 하는 이들도.

그 세월이 얼마이더냐.

그 아이들의 성장사에 함께했던 영광의 시간이라니.

그런데, 새벽에 메일을 확인하니 사정이 헤아려지는 둘이 더 있다.

이리 되면 잠자리를 다시 짜야는데,

다행히 모두 물꼬를 잘 아는 이들.

그렇다면 우린 우리 식으로 상황을 잘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열셋이 함께한다.

다음 일은 다음 걸음에.


드디어 교육지원청과 협의하던 일이 오늘 협상 테이블에서 정리가 되었다.

원하는 것만큼 다일 수야 있겠는가.

하지만 얻을 만큼은 얻었다.

돌아보니, 사실 돌아보면 대개 그렇기도, (어려웠을지도 모를 그때가)지났으니,

올해는 많은 일이 순조로웠네.

살아라, 살아라 해준 시간이었다.

서로 서류에 사인했다.


대학 가는 일이 참말 쉽잖은 갑다.

“요새 같으면 우리 대학도 못 갔어!”

명문대 나온 이들 둘러앉아서 하는 이야기가 그렇더라.

아이 하나 수시 합격했다고 여러 곳에서 축하.

공부는 애가 하고 공([꽁])으로 애 키운 엄마가 받는 축하라니.

저는 저 일을 했고, 나는 내 일을 한.

“너는 네 삶을 살아, 나는 내 삶을 살게.”

관내 한 중학교 교장 선생님도 인사를 넣으셨다.

마침 자유학기제며 논의하는 과정에도 있고.

다음 주 나무날은 물꼬에서, 앞전에는 그 학교에서였다.

때맞춰 내년학년도에 물꼬와 수업을 공유할 인근 초등학교에서도 연락.

우선 자세한 내용이랑 구체적 일정은 두고 가능여부를 물어온.

이미 서로 시범수업도 해보았고, 연습 삼아 한 교류도 있었고,

마침 물꼬로서는 내년학년도가 안식년이라 다른 바깥수업을 다 뺀 상태.

다음 주 달날 세부사항 협의키로.

내년학년도엔 관내의 초와 중을 지원하는 수업으로 주에 하루는 써게 될 듯.

일도 일이지만 좋은 선후배 혹은 스승과 후학으로 이 산골짝서 만나 좋은!


이번 주는 물꼬 안에서 영어특강이 이어지고 있다.

요란스런 건 아니고 그저 간단히 일상에서 쓰이는 영어를 다루는.

오늘도 두 시간을 했고, 사람들이 빠져나갔다. 곧 여행을 떠나는 중년 몇.

꼭 똘망똘망한 아이들 마냥 대답들을 잘하는 즐거운 교실이었더라.

이리 재밌을 줄 알았으면 진즉에들 좀 했을 거라는.

이번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급조한 지금 같은 시간 말고 공부들을 계속하고 싶단다.

그땐 그때 가서.

내년학년도를 안식년이라 해놓고 집중하겠다던 일 있었는데

자꾸 수업들이 들어차 버리면 이도저도 아니게 될.

마을의 할머니들 수업에, 부녀교실도 있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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