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23.쇠날. 눈

조회 수 754 추천 수 0 2016.12.31 02:41:40


첫눈을 김장할 때 만났고, 오늘은 이 겨울 두 번째 눈이 내렸다,

거친 바람과 함께.


오전 마을에서는 대동회가 있었다.

해마다 25일 하던 것을 작년부터는 젊은(그래도 60대) 이장으로 바뀐 뒤 날을 옮겼다.

이 산마을에서 학교도 다니지 않고 있던 아이가 고등학교를 가

대학에 합격했단 소식을 이리저리 들으신 할머니들이

(“읍내 지나가다 보니까 학교 앞에 플랭카드를 대문짝만하게 붙여놨더만...”

 누가 그랬지, “야아, 군민스럽다. 정겹네요.”)

손을 맞잡으며 축하하고 고마워라셨다.

그 어르신들 덕으로 이 산골 삶을 살아냈나니.

3월에는 꼭 한글학교를 개강할 계획이다, 더 늦기 전에.

물꼬의 2017학년도 한 분과가 될.

(인근 초등과 중학교에 바깥수업도 잡혀있다.

안에서는 ‘물꼬 머물기’(템플 스테이, 수도원 스테이 같은)도 생각해보는.

무엇보다 달골 명상정원을 다듬는 일이 있다.

어느 해보다 일이 많을.

해서 2월에 태국 공동체며 네팔 초등학교 방문을 마치려.

미루고 있던 책 두 권도 엮을 것이다.)

마을의 젊은 한 댁에선 만두를 빚어 보내셨다.

이런 게 눈물 나는 감동이라.


어제부터 주말의 청소년계자를 준비하고 있다.

그래봐야 겨울살림 갖추어 차리는.

하오엔 교무실 청소부터.

청계에서 굳이 쓰일 일이야 없지만 아이들을 맞는 준비.

청소는 결국 자신을 정리하는 일이더라고,

물꼬에서 그걸 배웠구나,

멀리서 우리 연규샘이 보낸 메일이 다시 떠올랐네.

청계 장도 봐오고.

못 먹고 사는 시절도 아닌데 무슨 명절처럼 청계에서 우린 정말 푸지게 먹는다.


한주 간 영어 특강이 있었다.

대단한 건 아니고 생존영어와 영어권 문화 이해하기.

마지막으로 사람들 앞에서 자기소개하기. 물론 영어로. 여태 익힌 것들로.

날마다 두 시간씩 즐거웠네.

수업료로 농사지은 것들을 내놓았다.

유쾌한 일들이라.


영화 <판도라>(2016)를 보고 온 이가 전화를 했다.

슬펐다고, 지금 한국 사회를 고스란히 보여줘서, 힘없는 사람들이 결국 위험 앞으로 줄 선.

결국 하청 노동자들이 일선에서 위급상황을 해결한다는.

그 슬픔을 같이 딛고 가기로.

그리고 그 슬픔을 걷어내기 위해 뭔가 하기로.

“물꼬가 큰일 하는 겨. 어떻게 생각하고 살 것인가를 익히잖아.”

청계 또한 그런 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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