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영하 9도를 찍고 기온은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겨울햇살은 얼마나 찬란한 환희인가.


산골에서 사는 일이란 참...

마을 수도에 문제가 생기고 여러 어른들이 붙어 해결을 모색.

위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아래를 채우며 위에서 흘러넘치는 방식이라

이렇게 얼어붙은 날은 문제를 일으킬 밖에.

구조적으로 해결을 하지 않는 한 우리는

한파에 벌어질 문제를 계속 안고 있는.

물이야 항아리고 어디고 채워서 쓸 수 있다지만

보일러 보충수며, 수도관들이 얼어버리면, 그러다 그만 터져버리면

이거야말로 대형사고다.

그나마 이럴 때 날이 풀려 가면, 해가 나면 얼마나 고마우냐.

볕이 좋아 긴장을 덜해도 되었던.

하오에 이르러서야 물이 원활했다. 고맙다.

흙탕물 함께였지만 그거야 흘려보내면 되고,

그래서 욕실바닥이며 틈틈이 낀 흙이야 좀 쓸어내면 되고.

산골에서 사는 일은 따스함이 내게 이르기까지, 마실 물이 내게 들어오기까지

사람살이 그 기초적인 것들의 고마움을 뼈저리게 아는 것.


산에 들어가 있는 어르신한테 수일 전 문자가 들어왔더랬다.

‘산돼지고기 좀 보내드릴까요?’

‘잔치해야 되는 줄 어이 아시고~

근데 그걸 어떻게 보낸데...

그냥 받은 걸로.’

산에서 뭘 챙겨 보내는 일이 어디 쉬운가,

싸야지, 내려와야지, 부쳐야지...

그렇게 인사 넣었는데 오늘은 전화가 들어왔다.

보내는 거 일 아니니 보내시겠다는.

요리법까지 일러서.

정월엔 민주지산 자락을 돌며 더덕도 좀 캐서 들여보내주실까 한다는.

아, 고마운.

이런 마음들로 사람이 또 살아지는.


종합병원에 갈 일이 있었다. 심각한 건 아니고.

그런데 가까이에 신생아실이 있었다.

아기 울음소리가 넘어왔다. 아, 세상에!

누군가는 죽고, 이렇게 또 태어난다.

아이들이 없는 세상은 얼마나 폐허일 것인가.

어수선했던 시간들을 보내기에 넘어오는 아이 울음만한 위로가 없더라.

단 아기가 너무 아파서 우는 게 아니어야 할.


여러 어르신들의 인사들이 들어왔다.

산골 모질고 거친 삶을 헤아려 이 맘 때면 힘내라 응원 보내시는

선배 교사들, 대안학교 교장샘들, 읍내의 서점주인, 시인 이생진 선생님, 선배들...

올해는 대입을 무사히 통과한 이 산마을 아이 소식을 듣고도 연락을 주셨다.

사람이 이런 힘들로 사는 것이라.

좋은 일을 같이 기뻐하는 이가 정녕 벗이라지.


해가 간다.

묵었던 감정을 털고도 갈.

그러나 생생하게 분노하는 일은 채찍을 놓치지 않는 긴장처럼 유지할 것.

세월호 사고 희생자의 사진과 함께 ‘주문하신 특대 어묵이요’라고 택배운송장을 붙이던,

그것도 나이 스물이 넘은 이가, 그런 행위,

5.18 운구 사진에 홍어택배라고 말하던,

세월호의 희생자들을, 살아남은 이들과 진실을 밝히려던 이들을, 도덕적으로 바닥으로 몰던,

사람으로 할 짓이 아니었던 이 정권,

이미 아이들을 수장한 일도 용서할 수 없거늘,

새해엔 새 힘으로 또 걸어갈 것, 그리고 저항하고 끝내 승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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