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31.흙날. 흐림

조회 수 762 추천 수 0 2017.01.08 02:54:00


섣달 그믐날 밤 종치기.

‘제야(除夜)’, 어둠을 걷어 낸다!

불가의 수호신인 제석천이 이끄는 하늘 세상인 도리천(33천)에 닿으려는 꿈,

해마다 물꼬에서도 종을 치며 그 꿈을 나누나니.

새해를 맞으러 오는 이도 있고,

계자를 준비하러 미리 들어온 샘들도 있고,

안 식구들도 있고.

곧 멀리서 보내온 문자 혹은 전화들도 닿는다.

샘 하나가 가 있는 먼 나라의 한 공동체에서도

그곳 공동체 수장이 좋은 연에 고맙다는 인사도 해왔더라.

부지런들도 하시지.

곁에 있지 않아도 함께하는 이들이 또 이곳의 삶을 밀고 간다.


낮엔 먼 산에 다녀왔다.

세상 떠나신 이의 산소에 이르는 호젓한 길이었다.

죽은 자가 아는지 모르는지,

생과 사가 정말 그리 지척인지 알길 없으나

그저 산자들이 제 삶을 돌아보는 길이었음에는 틀림없었을.

자고 일어나는, 해가 지고 뜨는 어제 하루와 다를 것 없는 새아침이라도

새로 시작하는 지점이 필요한 우리들에게

첫 주가, 첫 달이, 첫 학기가, 새해 아침이 불러오는 다짐이라.


책 하나 뒤적이는데; <언더도그마>(마이클 프렐),

약자가 힘이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강자보다 도덕적 우위에 있고,

강자가 힘이 세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여기는

그 믿음에 대한 고찰?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에 놓인 새로운 힘의 축이

전통적인 좌파와 우파 개념을 대체해 우리 시대의 쟁점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었다는.

‘반지성의 근원은

그들이 자기들 수준의 지적 능력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을 간절히 바랐기 때문이다.’

누가 이 책 읽고 그런 문장을 생각했다두만.

결국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는 것과 같은 짝인.

그래서 그런 수준의 책들이 우리를 한껏 농락하는 꼴을 우리 그만 자주 당하고 만다.

책이 자신의 주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누락하고 있는 사실들을 상기했느니.

하여 나는 통계를 잘 믿지 않는다, 논문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삼성이 전경련을 그만두고 미국의 기업가들처럼 뭔 재단을 만든다던가.

여태껏 해왔던 짓거리를 그만두겠다는 게 아니라

이제 대놓고 연구논문 같은 걸로 근거를 가지고 힘을 휘두르겠다는.

그러니까 결국 의도하는 대로 연구의 결과도 나온다는 거다.

반대의 결과는 누락해버리니까.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안목과 식견을 혜안이라 하지.

삶에 그럴 수 있길.


무에 별스런 게 있으랴, 해가 바뀌는 게.

유달리 올해 그 감정이 더한 것은

정리된 것 없이 국정농단 사태에 이른 소식들이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

한 해 몇 개 나올까 말까 한 뉴스가 하루에도 몇 개씩 쏟아지는 판이니,

파도 파도 끝이 없는.

자주도 하는 말이다만, 그래도 삶은 계속되나니,

자, 새해에도 영차!

살아내느라 욕본 우리들이여, 애썼던 우리들의 묵은해여 안녕,

밝아오는 새해, ‘나쁜 일 있어도 뭐...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를’, 어느 분의 인사처럼.

하지만 때로 결코 용서치 말아야 할 일이 있을 땐 끝끝내 싸우고 이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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