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아침을 열고 수행도 방에서.

새벽녘에야 교무실을 나와 눈을 붙였던.

계자도 시작하기 전 일찍부터 몸이 너무 고단해지지 않도록

햇살 퍼져 천천히 움직이기로 한 아침.

산골에서 맞는 아침, 몸을 풀고 기도하고 명상하는 정성스러운 시간에 느꺼웠다.

이런 시간이 허락되어 고마웠던!

기도하거나 걷거나 난롯가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이 아무것도 아닌 시간들이 고마운 줄 아는 이 삶이려니.

163 계자 준비위가 돌아가고

엊저녁 글집을 편집하여 보냈고, 오늘 완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침 약속이 있지 않은 주말이라고 금룡샘이 직접 가져와 주신다 했다,

계자의 풍경도 궁금타시며.

빈들모임이며 시잔치며 바깥나들이며 물꼬의 몇 일정에 동행하기도 하셨던.


택배가 왔다.

민우샘이 겨울 계자를 위해 진즉에 핫팩도 보냈고,

인교샘네에서도 산오름이며 늦은 밤 샘들 갈무리 시간에 쓰일 것들을보내오셨다.

밥바라지로 오래 움직여보신 분,

그래서 무엇이 요긴한지를 너무 잘 아셔서 때때마다 그리 살림을 보태주시는.

하하, 윤호 건호는 안 크고 내내 계자를 오면 좋겠네.

멀리서도 그렇게들 계자에 동행해주셔서 또 고마운 이 겨울이라.


좋은 일을 같이 기뻐해주는 이가 정녕 벗이라던가.

오늘 받은 전화 가운데 하나는

댁의 아이들이 초등 입학 무렵부터 물꼬랑 연이 닿아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 자원봉사를 오는.

여기 사는 아이 어린 날부터 긴 시간을 지지하고 지켜봐주셨다.

뭘 검색하다 한 포털사이트 뉴스에서 우연히 제도학교 3년 만에 무사히 대학 진학한단 소식 듣게 되신.

학교를 다니지는 않았으나 책 읽고 일하고 글쓰던 아이라 명문대 진학이 거뜬하지 않았겠는가,

그것이 그간 물꼬를 꾸려온 어미의 교육관을 증명이라도 한 것 아니겠냐 격려하고 축하해주신.


163 계자 준비위에서 저녁답엔 읍내들 같이 다녀왔네.

등을 좀 앓고 있어 잠깐 물리치료도 했고,

갈무리모임 장소도 물색하고,

읍내에 생긴 작은 영화관에서 유쾌하게 영화 보며

늦도록 일하고 있는 시간을 위로도 하고.

아름다운 청년들의 찬란한 20대를 고스란히 보는,

그 젊음들과 연대하는 호사라니.

고맙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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