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거칠더니 잠잠해져

아이들이 깨기 전 고래방으로 건너가 수행을 먼저 할 샘들 걸음이 수월했네.

샘들 해건지기.

‘아직 이틀째지만 지금까지 새끼일꾼을 해오면서 느낀 것은 청소와 아이들을 대할 때의 마음가짐은 같다는 것이다. 청소를 할 때, 하기 전, 한 후, 준비하고 세심하게, 돌아보는 자세 등이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여튼 오늘 하루는 아이들을 이해하고 헤아려보려고 했다.’(성재 형님의 하루 갈무리글 가운데서)

초등 아이들이 자라 스물에 이른 성재 수연 현진, 든든하고 기특하고 고맙다.

‘아이들의 더 즐거운 계자를 위해 눈이 내리길, 새롭게 합류하는 인영이가 잘 적응하길, 아이들과 놀 때 지치지 않고 좋은 컨디션 유지할 수 있길... 이런 기도를 한 번 절을 할 때마다 정성껏 기도했다. 해건지기를 하고나니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소연샘)


‘해건지기’.

아이들 얼마 안 되는 계자라 고래방으로 건너가지 않고 모둥방에 깔개를 깔았다.

밤새 잘들 잤느냐.

“더웠어요!”

구들은 따뜻했고,

그것은 밤새 뒤란 아궁이 앞에서 기표샘이 불을 땐 덕이었다.

서른 가까이 된 지금까지, 군대 갔던 두 차례의 겨울을 뺀 십여 년을

이적지 그렇게 불을 때주는 그니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만큼 걱정 않고 든든하게 턱 하니 맡겨둘 수 있는 이는 그가 아니고는 없다.

혹 문제라도 생겨 이 겨울에 아이들이 얼기라도 할까 걱정 드는데,

잊어먹고 눈이라도 잠깐 붙일 수 있는 건 순전히 겨울마다 불 앞을 지키는 그가 있기 때문.

“이것 참, 취직시험에 떨어지라고 할 수도 없고...”

“내가 돈 벌어서 보일러 바꿔 주께!”

정환샘도 그랬다, 임용에 붙고 돈 벌어 물꼬에 논두렁하는 게 소원이라고.

아름다운 청년들이다!

몸을 풀고 호흡명상하며 하루를 가지런히 시작하노니.

아이들이 적으면 편할 것 같지만 그게 또 그렇지가 않은 게

개별의 특성이 확 드러나 외려 힘이 들 수도.

그런데 이번 계자는 참으로 순순하다.

겨울 아침 몸을 깨우는 일이 쉽잖은데

이것들은(이렇게 표현해야 더 살가운 것 같은) 해건지기도 아주 열심히 하고 있다.


1년 인영이가 왔다. 집안일 있어 오늘 아침에야 들어왔다.

그런데 지난여름 그를 만났던 일곱 살 서윤,

좇아가 너무나 반가이 맞았다.

환대, 따듯한 인사가 늦게 들어와 쭈뼛한 마음을 다 날렸을 만.

참으로 따뜻한 아이.

부모의 따듯함을 그대로 물려받았을.


‘들불’에서 먹을거리들이 흔할 거라 아침 밥상은 가볍게 호박죽으로.

여기서 키운, 아이들 잘 누고 간 똥오줌을 발효시킨 거름으로 키운 호박,

그걸 밥바라지 알타리 1, 2호기 샘들이 껍질 벗겨준 것을

팥도 삶아 넣고 찹쌀가루 풀어 얹었다.

“이 맛이야, 건강한 맛!”, 알타리 1호기 정환샘의 평.

‘톡 터지는 팥 알갱이가 참 좋았다’고 휘령샘도 하루 갈무리 글에다 한 줄 썼다.

간간히 손을 보태기도 하지만 알타리 1,2호기로 밥이 된다.

스물다섯 나이, 직업이 요리사인 것도 아닌, 여느 젊은이,

그 나이에 서른 식구들을 멕일 수 있는 그라니.

물론 그 뒤 같이 틈틈이 손발 보태는 이들이 있지만

퍽 대-단-하-다. 어떻게 저 나이에, 요새 세상에 말이다, 저럴 수가 있는가.

음식 잘하시는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절대미각도 있어

맛으로도 어느 계자에 뒤지지 않는 부엌이라.

누구보다 정환샘의 요리를 좋아한다. 간이 어쩜 그리 순순한지.

맛도 그의 성품 같다.

고3에 저런 움직임을 할 수 있다니,

만만찮은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알타리 2호기 현진 형님한테도 감탄, 감탄.

내가 하고 뒷배로 붙으라 했는데,

해낼 수 있겠다 하고 아주 맡아서 해내고 있는 밥바라지들이다.

간간이 가서 큰 그릇들 설거지나 해주고 있는.

이번에는 교무실에서 글 한 줄 쓸 틈도 어렵겠다 싶더니

알타리 1호기가 등장하여 우리들의 겨울을 구원한!


‘손풀기’.

명상이고 예술활동인 시간.

눈에 보이는 대로, 크게, 말없이!

그리니까 재밌다 한다.

해보면 재밌다

정말 같이 그리고 앉았는데, 재미가 있는.

명상에 다름 아닌 좋은 시간이었다.

해건지기도 그러하더니 이 시간 역시 잔잔하고 꽉 찬 시간되었더라.

‘정말 집중력 있고 섬세하게 잘 그린다...’(태희 형님)


‘들불’.

진눈깨비 날려 안에서 하느냐 들로 나가느냐 의견 분분하다

그래도 재미는 바깥이지 하고 조금 무리하게 마당에 불을 피우기로 하였는데,

아, 해 방긋 웃었으니.

기적, 날마다의 기적을 또 만나는.

우리 뒤에 하늘 있다, 그러니 무엇을 한들 든든치 않겠는가.

선한 끝은 있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처럼

우리 그 선함을 잃지 않으려 하나니.

곳곳에서 샘들이 뭔가를 굽는 사이로 따스한 물에서 유영하듯 돌아다니는 아이들.

오래 구운 가래떡 앞에서도 잘도 참고,

불평을 할만도 한데 시간이 걸렸던 떡꼬치 앞에서도 잘 기다려주고,

군 은행이 입을 벌린 모습에 감탄하고,

가마솥방 안에서는 달고나 줄이 길고.

연기 때문에 눈이 매운 샘들을 걱정도 해주었다.

‘아이들을 보면서 나도 나중에 교사가 되었을 때 순수하게 아이들을 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꼬가 어른들의 학교라는 것이 실감이 되는 순간이었다.’(현택샘)

‘마시멜로 1명당 2개씩만 먹을 수 있다 하자 다른 친구들을 위해 더 욕심내지 않는 모습이 아이들 모두 대견스러웠다’(예지샘)

‘나뭇가지에 마시멜로우를 꽂아서 장작불에 구워먹는 일을 과연 어디에서 할 수 있을까. 참 특별하고 재밌고 더욱 맛있었다.’(휘향샘)

고구마랑 감자도 구웠다.

아이들은 더딘 불을 잘 기다렸고,

혼자 먹기 아쉬운 양일 수도 있는데 다른 이들과 나누었다.

양보하고 다른 이들을 챙기는 그 이쁜 마음들이라니.

‘한 사람 한 사람 빼놓지 않고 함께 맛있는 것을 먹으려는 마음 참 행복했다.’(찍새 휘향샘)

밥바라지 알타리 1호기 샘도 챙기고.

‘같이 불을 피워본 경험이 된 것 같아 좋다.(휘령샘)

거친 환경은 삶의 기술들을 익히게 하는 좋은 장이 된다.

물꼬에서 하는 참 소중한 공부들이다.


사자성어 ‘열린교실’; 한땀두땀, 뚝딱뚝딱, 다시쓸까, 네꼴내꼴, 다다좋다.

‘한땀두땀’.

볕이 잘 드는 방에서 평화로웠다.

인영이는 다람쥐를 그린 인형을 만들었고,

여원이는 모바일폰 고리랑 작은 쿠션을.

참한 규방아씨들이 따로 없더라.

아이들 몇 없어 한 교실에 정원도 겨우 두 명, 정말 산골 학교이네,

서윤이도 같이 하고팠지만 다른 교실로 걸음을 옮겨야 했던.


‘뚝딱뚝딱’.

어제 티격이던 태수와 현준이가 같이 들어왔다.

로봇을 만들고 싶어 했던 태수는 나무의 크기나 깨끗함의 정도는 상관없었지만,

자동차를 만들고 싶은 깔꿈돌이 현준이는 맞춤한 재료가 쉽지 않았다.

‘현준이의 마음이 좀체 달래지지 않았다. 그때 멀리서 태수가 뛰어와 자신이 만든 로봇의 몸체 나무토막을 양보해준다고 하는 것이었다.

태수의 착한 마음이 추운 날이었지만 마음도 따듯하게 해주어 인상이 깊었다.’(윤호 형님)

샘이 망치질이나 톱질을 할 때 응원도 하던 태수는 정말 형이 맞더라.

현준이는 ‘굴러가는’ 자동차를 위해 빨대와 꽂이와 단추와 글루건을 동원했고,

태수의 로봇은 머리도 돌아가 앞뒤 표정이 다른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밖에서 추울 법도 했건만 끝까지 해서 ‘펼쳐보이기’ 하러 왔더라.


‘다시 쓸까?’.

되살림터에서 나온 물건들을 가지고 살리기.

채성이만 들어와 혼자 하는 만큼 힘이 들까 싶었는데

열심히 만들어 홍게와 장군을 보여주었다.

그런 채성이를 위해 휘향샘은 골판지로 왕관을 만들어주었는데

잘 때까지 쓰고 다니더라.

왕관이 잘 어울리는 어린왕자였네.


‘네 꼴 내 꼴’.

163 계자에 모인 식구들을 그려 넣는.

서윤이와 인서는 샘들을 그리고 까르르 웃어대기 시작하는데,

구르는 낙엽만 봐도 깔깔대는 게 여고생들만이 아니라니까.

도대체 멈추지 않는 웃음이었다.

이번 계자엔 자매 샘들이 두 짝이나 있었네. 그림을 보고서야 처음 알게 된 양;

휘령샘과 휘향샘, 수연 형님과 태희 형님,

아이와 샘들 짝도 있다; 형제 윤호 형님과 건호.

수연 형님은 동생 태희 형님이랑 왔고, 지난여름 그들의 사촌 다은 형님이 오고,

이번 계자엔 다른 사촌 도은이가 왔다.

물꼬가 그리 알려져 있지 않아도 그렇게 꼬리를 문 인연들이 이 골짝을 찾아드는.


‘다 다 좋다!’.

물꼬에 손보태기로 했단다.

쌓여있는 연탄재를 깼다.

태희 형님과 재용 형님이 날라다 주면

건호와 결이와 도은이가 부쉈다.

두 사내애들, 추운데서 일했는데 따듯한 꿀물 한 잔 정도는 마실 수 있지 않겠냐고,

넉살좋은 녀석들.

“그래, 그래, 두 잔 마셔라, 마셔.”

다시 힘내서 나갔네.

‘물꼬에 처음 온 도은이는 이게 뭔가라고 되게 의아해할 수 있는데 열심히 해주었고 물꼬 와서 이런 경험도 하고 가서 좋다고 말을 해주어서 뿌듯했다.’(태희 형님)


낮밥에 환상의 고기볶음이 올랐다.

소백산에서 한 산꾼이 잡아서 실어다 준.

물꼬에서 고기가 보기 쉽잖은 것도 쉽잖지만 그렇게 맛날 수가 없었다고.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고 볶기만 했는데 맛있었다.’(재용 형님)

‘물꼬에서 고기를 먹는 경험이 흔치 않아, 고기 조리에 대해 '망칠까봐 두렵다'는 생각을 가졌는데 다행히 모두 맛있다 해주어 고마웠다. 손질을 잘 해주신 희중, 기표샘께 감사드린다.’(밥바라지 알타리 1호기 정환샘)

샘들이 서로를 살펴주는 것도 서로가 힘이라.

‘자기 몸 챙기기도 어려운 쌤들이 저까지 잘 챙겨주어 주변 사람들에게 참 감사한 마음이 드는 하루였습니다.’(정환샘)

점심 설거지는 1모둠.

인서는 밥상머리무대의 피아노와 카펫까지 청소하고,

현준이는 구석구석 꼼꼼하게 다 쓸고, 정은이는 묵묵히 제 할 일을 하고,

한결이는 끝까지 남아서 청소하고 정리하고,

수연 형님 왈, 아이들이 샘들보다 낫더란다.

일상을 잘 견지하는 일의 소중함을 익히는 게 물꼬의 또 큰 공부라.


시간과 시간 사이 전이시간이 긴 이곳.

충분히 앞의 시간의 여운을 맛다시거나

아이들 속에서, 뭔가 가르치는 시간 말고 스스로 저들 관계 안에서 배움이 확장되는.

다들 어디서 뭘 하나 돌아보니,

얼음땡도 하고 바나나킥, 눈감고 술래잡기, 보물찾기, 파란괴물놀이,

책도 보고 종이접기도 하고 비행기도 접고,

수다도 떨고 팔씨름도 하고,

알까기 오목 체스 바둑도 두고,

학교 밖으로 산책도 나갔다.

여원이가 인서를 업어주고도 있더라.

마음결이 참 예쁜 아이, 그의 어머니 또한 그러한 분이라.

‘태수랑 알까기와 오목을 했는데 태수가 질 때 화나 짜증을 전혀 내지 않는 모습을 보고 놀랬다. 내 동생들이 그렇게 어린 나이에 게임에서 지면 짜증을 내거나 울기도 했는데 태수가 참 어른스러운 면모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예경샘)

결이가 책방에서 샘들 몇 시에 주무시냐, 그렇게 늦게 자는데 안 피곤하냐,

걱정을 해주었다.

참 다사로운 우리 아이들, 그 댁 어른의 성품을 닮았으리.

‘아이들이 함께하면서 사소한 부분에서 아이들의 순수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서 물꼬라는 공간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한데모임 시간에 CCTV가 있다는 옥샘 말을 믿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순진무구하다고 느꼈다.’(예경샘)

그런데, 정말 CCTV가 있는 걸까 긴가민가 하는 나 어린 아이도 있겠지만

사실 대개는 아이들이 외려 어른들이 주려는 재미를 덩달아 맞장구쳐주는 것.

아이들이 더 너그러워 늘 우리 어른들을 봐주고 살펴주고.

언젠가 귀신놀이를 할 때 아이들은 숨은 어른들이 더 재밌으라고 놀란 척 했다던 얘기처럼.

건호도 이미지 쇄신했네.

어른스러운 부분도 많고 예의도 있다고들.

세월이 무섭다. 그 아이 일곱 살에 와서 퍽 이기적이었던 시간들 있었으니.

잘 자라 고맙다.

짬이 났던 예지샘 소연샘 수연 형님은 장작을 날랐네.

‘기표샘과 삼촌을 도와 장작을 날랐는데, 둘이 하기에는 진짜 힘든 일을 하고 계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나면 도울 것이 있는지 물어보거나 감사를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소연샘)


‘한데모임’.

어제는 물꼬의 겨울노래 군방타령 아카펠라로 신명이더니

오늘은 누군가 물꼬 노래집 <메아리>에 있는 '사노라면'을 가르쳐달라 하여

애고 어른이고 목청껏 불렀다, 목이 터져라.

‘사노라면 열창- 재미없을 것 같다고 했던 노래가 힘 있게 부르면서 즐겁고 신명나는 노래가 되었다. 그 힘!’(휘령샘)

“물꼬에 오면 늘 새로운 걸 배워가요!”

초등 4년부터 왔던 성재 형님이 벌써 12학년.

올 때마다 새로운 무언가가 있다고. 그게 물꼬임, 하하.

우리가 물꼬에 모이는 까닭 하나일지도.


‘대동놀이’에서는 전설의 ‘물꼬축구’를 했다.

온몸으로 하는 축구,

두 개의 공을 좇아 다니다 음악이 나올 땐 춤을.

그 풍경에 너무 웃어 눈물이 다 고였던.

옷이 다 흥건하게들 젖었더라, 이 겨울, 이 산골짝에서..

“물꼬 축구를 널리 알리겠습니다!”

이곳저곳 교육봉사를 다니는 교원대 샘들이 소리쳤다.

“꼭 물꼬축구라는 그 이름도 같이!”

‘대동놀이 시간에 너무 재미있게 놀았다. 힘이 없는 데에도 열심히 뛴 것 보면 역시 에너지는 서로 전염된다.’,

도끼질에 부엌 뒷배에 쓰러지다시피 세 시간여 쉬고 와서 다시 쓰러질 만큼 뛴 현진 형님.

‘오늘 하루 한데모임, 대동놀이를 하면서 아, 정말 이게 물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일상생활에서 오늘과 같은 노래, 활동을 했다면 그렇게 즐겁게 했을 것 같았다. ‘물꼬’여서 사소한 일 하나하나가 다 즐겁게 느껴졌다. 대동놀이 끝나고 태수가 매일이 오늘 같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는데 이렇게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위해 오늘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태희 형님)

‘한데모임과 대동놀이 때는 아이들과 샘들 모두 하나가 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성재 형님)

지난여름엔 며칠이나 지나서야 웃던 인영이는

춤을 추면서 조용히 공에 다가가 노래가 멈추면 얼른 집어 확 던지기 여러 번이었네.

‘이 아이가 불과 몇 개월 만에 이렇게 성장한 것 굉장히 놀랐던 하루였다.’(민혜샘)

밤이 되자 또 엄마 생각난 인서는 또 울음이 나오긴 했지만 대동놀이를 끝까지 지켜보았다.

‘제가 남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걸 즐기지 않는데 물꼬에서는 좀 제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부끄러운 것도 없고 그저 신나게 놀았던 것 같아요. 성별, 나이를 초월해서 서로 눈치 안보고 놀 수 있는 공간이 물꼬인 것 같아요. 정말 즐거운 하루였습니다.’(수연 형님)

누가 뭐래도 오늘의 으뜸상은

노래가 나와도 노랫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고 마지막까지 공을 쥐고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달려가던 예경샘이었더라.


샘들한테 더 많은 부분을 맡긴 계자, 그 중심에 교무 휘령샘이 있다.

수년 전에도 맡은 적 있는데 계자를 끝내고 한바탕 울음바람이었더랬다.

얼마나 애를 썼을 것이고 얼마나 긴장을 했을 것인가.

이번에 다시 맡았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랐듯 우리 어른들도 그러할지니.

몇 해의 교사생활, 물꼬에서의 일상적인 일들의 단련, 좋은 마음, ...

그런 것을 통해 단단해졌을 것.

돈 벌어서 물꼬 논두렁도 해, 때마다 필요한 것 사 보내,

이번엔 허리에 묶는 앞치마 ‘꼴새 안 난다’ 툴툴거리던 말을 지나치지 않고

어느새 주문을 해서...

누군가 나를 생각해주는 것, 누군들 울컥하지 않으랴.

이 산골 변방에서도 외롭지 않은 까닭들이다.


팥을 삶아둔다. 내일은 아이들이 그토록 기다리는 겨울 팥빙수를 먹으리.

호박죽에 다 썼으면 못 먹었을 팥,

그게 또 절반이 남겨지더니 이리 또 쓰이네.

이번 계자는 이렇게 뒤가 앞을 타고 잘도 흐른다고,

뭔가가 이리 잘 맞고, 이토록 행복해도 되냐고들.

너무 절묘한 흐름들에 정환샘이 그랬다, “불안해요...”.

“누려! 혹 좋지 못한 상황이라도 정말 생긴다면,

이리 좋은 시간들에 그런 흠 하나쯤 없으면 아쉬웠을 거라 여기면 되지.”

좋다’, 그 말만큼 좋은 말이 있더냐 싶은, ‘사랑’도 그렇지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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