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다...

이 원시적인 공간에서 우리 이토록 풍성할 수 있다니, 이리 행복할 수 있다니.


샘들 해건지기부터. 몸 풀고 티벳 대배 백배하고 호흡명상하고.

부모가 없는 곳에서 아이들을 건사하는데, 아무렴 그 정도 준비는 해야지 하는.

불편한 곳을 메우는 것도 샘들의 손인데다가 보육과 교육이 같이 있고,

늦게까지 하루재기하고 자기 훈련도 함께하는 곳, 여간 고단치가 않을 것.

나조차 마치 지구를 들어올리기라도 하는 양 어렵게 눈을 떠

아, 조금만, 조금만 하며 뭐 한다고 계자는 또 하고서, 그런 마음이 스치기도 하는데

아무렴 먹는 것보다 잠이 더 좋을 젊은 친구들은 더할 것.

그러게, 뭐 하러 이 산골에 찾아들어 모두 이러고 있는가...

‘눈이 번쩍! (힘든 것을 힘들지 않게 하는 것이 힘)’(휘령샘의 하루 정리글 가운데서)

‘휴지가 아닌 서로에게 대배를 시작했다. 옴~아~훔 대배의 끝을 알리는 긴 소리는 오늘의 시작을 알렸다.’(윤호 형님)

땀을 닦으라고 가운데 놓는 화장지, 그래서 아이들이 언젠가 샘들 수행하는 걸 보고

물꼬는 휴지 신을 섬긴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더랬네.


‘해건지기’.

“이번 계자는 샘들이 축으로 꾸려주고 저는 밥바라지며 뒷배 노릇하는 걸로!”

미리모임에서 속틀을 짤 때 샘들한테 다른 시간들은 샘들이 머리를 맞대십사 했으나

해건지기와 손풀기, 그러니까 명상수업은 그대로 하겠다 했다.

어떤 일을 할 때 물러설 수 없는 지점 같은 게 있지 않나.

그러니까 계자의 필수과목쯤이었던 것;

마음 가지런히 하기, 마음 챙기기, 마음 어루만지기.

그런데 아이들이 그걸 알기라도 했던 걸까,

얼마나 정성스럽게 몸을 풀고 호흡명상을 하는지.

‘집중하고 동작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여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태희 형님)

아이들의 진지함이 샘들을 감동케 했더라.


‘손풀기’.

어제에 이어 두 번째 시간.

앞에 놓인 사물을 눈에 보이는 대로, 크게, 말없이 그리는 미술시간에 불과하지만

그게 명상이고, 그림에 대한 부담을 벗는 방법이고,

한편 그림을 통해 각 아이들의 마음 안을 교사가 들여다보는 시간.

잔잔했다. 평화로웠다.

‘아이들의 진지함에서 나오는 평화로움’(휘령샘)

‘재미있다’, 그 말은 ‘좋다’라는 말만큼 명징하게 재미있음을 말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단순한 그리기가 정말 재미나더라.


‘보글보글’.

‘김치떡볶이’.

떡과 물의 양이 생각보다 많다고 걱정이더니 그야 졸이면 되지.

재료를 썰거나 냄비에 넣을 때 일곱 살 인서가 하고파하면

건호와 결이는 조리도구도 건네주고 재료를 앞으로 밀어주기도 하였다.

샘들이 요리하느라 다른 방에서 온 음식을 챙겨먹지 못하고 있으면

인서가 샘들 입에 넣어주기도.

건호는 부침개를 능가하는 맛은 없다고 하더니

떡볶이가 맛이 그냥 그렇다면서도 끊임없이 먹고

국물에 밥까지 말아 마지막 남은 밥까지 긁어먹으며

“이 맛이지!”지 감탄까지.

조금 매운 듯 해보였는데도 인서도 맛있게 먹었다.

결이는 글집에다 보글보글 풍경을 그려 넣었더라.


‘김치국수’.

너그럽고 유쾌한 채성이, 하지만 결코 내 앞의 국수는 나눠줄 수 없다고.

아하, 뒤뚱거리는 우리 채성이 이유가 있었네, 하하.

쳐다만 봐도 우리를 기쁘게 하는 아이들이 있다.

있으면 주위가 환해지는 채성이다.

그런데도 먹는 것 앞에선... 하하.

태수는, 처음엔 다른 사람들 먹지 말라 하다가 나중에는 내놓더라는.

사람이 그렇다, 이렇게 전혀 다른 모습들을 우리에게 달고 산다고들 웃었더랬네.


‘김치볶음밥’.

김치는 돌아가며 다 같이 썰고

인영이와 도은이는 양파를, 현준이는 파를 썰었다.

안 하려는 모습보다는 더 하려고 하는 게 정말 기특하더라는 경민샘.


‘김치부침개’.

정은이와 여원이가 같이 온 친구여서 서윤이가 혼자 지낼까 걱정이더니

여원이가 업어도 주고 챙겨도 주고.

시큰둥하던 정은이도 점점 더 바지런히 몸을 쓰더라지.

정은이와 여원이가 김치를 자르면 서윤이는 반죽에다 그걸 넣고 저었다.

여원이는 요리사였고, 정은이는 역사교사였네.

만든 요리를 어디어디 나눠주어야 하나 물으니

학교아저씨, 아궁이 지킴꾼 기표샘, 밥바라지 알타리 1호기 정환샘, 옥샘까지 챙기더라는,

물꼬 오래 왔다고, 크다고, 마음 더 깊은가 싶었던 정은이와 여원.


‘김치말이국수’.

채성 태수 자주 티격태격하였는데, 또 같은 방에 들었네.

별 수 없이 같이 했고, 잘 했더라는.

지단을 둘이 잘 나눠 자르더라나.

칼을 생각 없이 휘두른 태수로 깜짝 놀라기도 하여

샘들이 칼을 들었을 때 어째야 하는지를 일렀다고.

칼은 어른들인들 위험하지 않은가.

문제는 어떻게 쓰느냐.

샘들이 잘 가르쳐준 뒤엔 말할 때 칼을 내려놓더라는 태수.


‘도깨비몰이’; 지난 초여름 포켓몬고 열풍을 물꼬식으로 그리 받았더랬다.

결국 보물찾기 아니겠느냐는.

샘들이 곳곳에 숨겨놓은 보물을 아이들이 찾아 합체하면 노래 하나가 된다.

그 노래를 부르면 상품이 쏟아지는 기계가 물꼬에는 있다.

오늘은 팥빙수가 나올 거라나.

아이들의 귀중품을 보관하는, 교무실에서 발로 누르면 소나무 아래에서 올라오는 금고처럼.

아이들은 참말 열심히도 찾았더라.

태수는 나무 위에 올라가기도 하고 장순이집 근처를 뒤지기도 하여 3개나 찾았다.

서윤이와 인영이도 하나씩 찾아내고.

그걸 모으니 ‘바람’, 다른 모둠 둘은 ‘군밤’과 ‘바다’, 아하 ‘군밤타령’이네.


아이들이 가마솥방에 모여 군밤타령을 무대에 올렸다.

‘듣기 참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빙수를 먹는데 소소한 즐거움이 있어 좋았다.’(정환샘)

팥빙수, 겨울에 먹는 찬 음식의 별미.

이게 뭐라고... 얼마나 행복해들 하던지.

학교아저씨가 얼음을 갈아내면 그 위에 통팥을 올리고

옆으로 밀면 다음 사람이 우유를 붓고 연유를 넣고 초코시럽 설탕시럽을 뿌리고

그 위에 찹쌀떡을 올렸다.

이 작은 것도 우주로 안는 아이들인데

어째서 너무나 풍족한 작금에 우리는 아이들을 자주 모자람을 느끼게 만들었는가.

그런데, 넷씩 모여 커다란 왕대접을 하나씩 놓고 먹었는데,

현준이가 자꾸 자기 쪽으로 그릇을 당겼더란다.

정작 샘들은 다른 사람 생각해 달라 현준에게 말하는데,

아이들은 어린 동생이니 그렇다고 외려 잘 참아주더라나.

늘 어른들보다 나은 아이들이라.

여원, 지난여름에도 하나도 찾지 못했는데 이 겨울도 그랬다면서도

그게 투정이나 짜증이 아니라 놀이의 즐거움을 누리더라지.

친구들 빙수도 챙겨주고 다 먹은 뒤 행주로 식탁도 닦아주고.

‘나중에 새끼일꾼으로 물꼬에 온다고 하니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현택샘)


‘구들더께’.

구들을 지고 쉬어가는 한 때.

집을 떠나 불편한 곳, 그것도 추운 곳에 와서 고단도 할 터라.

곳곳에서 뒹굴기도 하고 저마다 하고픈 것들을 한다.

채성이와 민혜샘이 바깥의 그네에 앉아 겨울 볕을 쬐는데

인영이가 내다보고 달려가 같이 타더라지.

‘많이 밝아진 것이 눈에 보인다. 물꼬가 가진 긍정적인 힘?’(현택샘)

여원 정은 도은이가 시체놀이를 하다가 현준이와 의견이 달라 툭닥거릴 때

태수가 모두 같이 참여할 수 있도록 조율하기도 하더라나.

장난이 심한 아이로만 보이기 쉬운 태수,

현준이가 샘들한테 안경도 거꾸로 씌워주고 머리카락도 막 헤집고 하니

태수가 그걸 보고 쌤들 얼굴 만지면 탈락이라고 샘들을 헤아렸다.

아, 정말 사람은 얼마나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가.

아이들이 어떻네, 사람이 어떻네 할 게 아니라는.

서윤이는 만화책을 읽다가 곁의 예경샘한테 낯선 낱말을 물어보기도.

야문 행동거지처럼 집중력이 대단하더란다.

채성이가 지나가며 툭 던졌네, “옥샘이 돼지 또 잡아오시면 안돼요?”

그러지, 뭐.

엊그제 소백산에서 잡아왔던 산돼지 고기볶음이 맛났던 거다.

다시 또 먹어야겠네.

현준이랑 휘령샘은 채성이한테 체스를 배워

한판 명대전을 벌였다는 후문도.

책방에서 춤도 추고 손놀이도 하다가

사람들이 많이 모였을 때 채성이가 ‘물꼬역할놀이’라며

물꼬에 있는 사람들을 한 명씩 정해주어 역할놀이들도 했다고.

애든 어른이든 누구든 뭔가를 제안하고 모두가 귀 기울이고.

유치원 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휘향샘,

아주 유치원을 차렸다, 일곱 살들 데리고.

도은이, 경민샘한테 “근데, 서운한 게 있어요.”,

아, 뭘까, 경민샘 혹 자신이 잘못한 게 있나 당황했다지.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물꼬에 있을 날이 얼마 안 남아서 서운해요.”


저녁에는 밥상머리공연이 있었다.

건호 태수 결 채성이가 결성한 ‘꼬와이스’. 물꼬 트와이스란다.

“꼬와 있어?”

꼬와 있네, 좀 풀어라.

너무 잘 췄다, 또 보고 싶다하니 결이, 2절까지 추고 싶었는데 너무 아쉬웠다고

(그래서 소연샘이며 저녁 먹고 책방에들 모여 2절까지 추었더라는.

인영이가 수줍어하며도 트와이스 TT와 cheer up을 추며 열정적이었다 한다.)

즐거웠다, 유쾌했다, 행복했다.

아, 졸업식을 하고 6년 성빈이도 들어와 드디어 모든 아이들이 다 모였다!


밥 짓는 연기 오르던 저녁답,

부엌에서 넘어오는 냄새가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이번 계자는 얼마나 절묘하게 자주 앞이 뒤를 물고 가는지.

밥상에 고구마튀김 내기로 했는데,

빙수하고 남은 얼음이 마침 있었네.

게다 기표샘이 가져온 캔맥주도 있어 반죽에 썼다.

튀김가루 같은 거 잘 안 쓰는 우리, 이 저녁엔 맛나게 튀김하라데.

흐흐흐흐흐, 애들이 먹는 걸로 행복하단 거 딱 알겠더라.

알타리 2호기가 튀기고 섰는 곁에 가 자꾸자꾸 집어먹었네.

수연 다은 재용 형님들이 썰어준 고구마.

‘노고가 깃든 밥!’(휘령샘)


‘한데모임’.

‘노래가 또한 좋았다.’(윤호 형님)

우리 모두 떼창이 주는 흥겨움에 취에 겨울을 다 날려버리고 있었더라.

‘아양 올라가고 어영 내려오는(‘신아외기소리’) 힘차고 좋은 기운’(휘령샘)

‘이번 물꼬 겨울계자의 하이라이트는 노래시간인 것 같다.’(소연샘)

그런데 거개 늘 그랬던 듯.

‘다들 흥이 넘치고 목소리 크게 노래를 부르는데, 아기새들이 쫑알거리는 것 같아서 너무 귀여웠다.’(소연샘)

대동놀이 가기 전엔 거의 스무 명이 모여 대규모 춤판도 있었다.

정말 정말 즐겁더라, 악기 없이도 한껏 노래하며.


‘대동놀이’.

인서와 서윤이가 엄마 생각이 날 시간,

이제 더는 울지 않고 신나게 놀고 있었다.

인영이는 머리 감기는 걸 도와주는 경민샘한테,

물꼬 쌤들이 모두 다 똑같이 좋아요, 그랬다지.

고맙다, 그리 느끼도록 해준 샘들께, 그리 알아준 인영이도 인서도 서윤이도.

그런데 같은 일곱 살 우리 현준이는 조금 부대끼고 있는 듯.

형들이며 누나들이 살펴주는 데도.

한밤에만 해도 현준이가 자꾸 추워한다고,

샘들이 갔더니 형아들이 이불을 덮어준 게 무려 일곱 장이더라는.

물주머니를 안겨주니 이제 너무 덥다했다.

고단함인지 불편함인지 살펴줄 것.


‘샘들 하루재기’.

‘평화로운 하루에 맛있는 밥까지 감사히 먹으며 힐링이 되는 하루였다.’(예지샘)

사람이 사는 게 별 거 없다.

지금 우리 너무 좋잖아.

이렇게 힘든 사황이 오히려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밤이 되면 피로가 몰리는데 결이랑 건호가 손가락하트 날려주면서 애교 부리는데 귀여워서 피로가 다 달아났습니다. 이런 기분 좋음으로 물꼬에서 힘을 내서 계자를 하는 것 같습니다! 문득 든 생각이지만 물꼬는 불편함으로 모든 것, 사소한 것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공간인 것 같습니다.’(수연 형님)

‘오늘 저녁이었던 튀김을 맡아서 튀겼다. 정환쌤의 요리 실력을 훔쳐볼 수 있다는 점이 주방보조의 장점인 것 같다.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요리는 보이는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이상의 노고가 담겨있다는 것. 모든 것에는 보이는 그 이상의 것이 있으니까. 이곳에 지내는 동안 ‘보이지 않는 것’에 집중해보려 한다.’(현진 형님 )

‘163 계자의 밥은 밥바라지 엄마가 계신 것 같은, 그보다 훌륭하고 맛있었다. 정환샘이 계셔서 참 다행이다.’(태희 형님)

“설거지를 도와주러 갔는데 또 태희(동생)가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나이라는 것으로 인한 노련함도 있겠지만 많이 온 경험으로...

배움에는 위아래가 없다는 것이 참 옳은 말인 듯...”

수연 형님이 동생 태희 형님한테 보낸 찬사.

그렇다, 이곳은 얼마나 좋은 훈련의 장이더냐.

그 태희, 8학년부터 새끼일꾼을 시작으로

곧 11학년 되는 지금까지 쭈욱 계자를 같이 했다.

‘옥샘... 정말 보고 배운 것이 많은 것 같아요. 물꼬가 저를 키운 게 맞고 물꼬로 인해 제가 철이 든 것 같습니다. 계자를 새롭게 할 때마다 눈에 보이는 일의 양이 다르고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 아직 부족하고, 배울 점 놓치는 점이 참 많습니다.

...모든 일을 다 알고 있다고 자만하지 않고 더 넓게 보고 부족한 점, 배울 점을 더 찾아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언니가 놀랄 정도로 제가 성장한 것 같네요. 항상 고맙습니다,!’

저런 나이들에 어찌 저럴 수 있나.

아이들만 해도 서로를 돌봐주고, 챙기고, 살펴주고,

보는 이도 그리 하는 이도 그것이 서로에게 행복하게 느낌을 불러오고

사람이 이리 살아야지...

파도 파도 미담만 나오는 이런 계자 처음이라는 정환샘.

“이 정권이 정말 나쁜 것은

사람의 마음과 염치와 노릇을 악의적으로 왜곡해서 사람 사이를 갈라놓은 것!

세월호에 탔던 아이들이 죽고, 왜 그렇게 터무니없이 죽어야했나 알고자 하는 이들을

마치 나쁜 사람들인 양 몰고 적으로 만든 것.

그걸 용서할 수가 없는 겁니다!”

사람 노릇하고 사람의 마음으로 사는 일이 이리 서로를 환하게 하는 걸.

대단히 도덕적이고 대단히 정의롭지 않아도 우리 행복할 권리가 있다.

선한 방향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안에 있는 샘들만이 계자를 꾸리는 게 아니다.

인영샘...

다른 품앗이샘들처럼 나중에 자기 혼례에도 주례를 서달라던 아이,

초등 2년이던 아이가 중고생 자원봉사, 품앗이일꾼이 되고 지난여름도 이곳에서 땀 흘렸던.

일도 하고 교내 언론사의 정기자 훈련으로 날마다 학교에 출근하고 있단다.

‘저, 열심히 살고 있어요!

오늘 아침부터 서울로 나가서 바쁘게 살다가 집에 10시쯤 돌아와서 세수를 하는데

문득 지금쯤 따뜻하게 데워진 방에 누워진 아이들과,

도란도란 하루재기 하고 있으실 쌤들이 생각나더라구요. 너무 보고 싶어요.

물꼬에서의 일주일은 하루하루가 색다르고, 값지고, 새로운 세계에 있는 것처럼 행복했는데 서울에서의 일주일은 야속하게도 바쁘고 반복적으로만(의미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흘러가네요. 과외에, 알바에, 학교 일에, 많은 게 물꼬를 못 가게 제 발목을 붙잡았네요. 물꼬에 가지 않는 올해 겨울방학은 느낌이 참 이상해요.

이틀정도라도 내려가서 일손을 도와드리고 싶었는데 이래저래 뭐가 많이 겹쳐서 그럴 짬도 나지 않았어요. 그래도 물꼬 살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과일이랑 간식 등 먹거리 좀 챙겨서 택배를...’

성재 형님네에서도 내내 김만 먹고 지내도 될 만치 커다란 상자가 왔다.

이런 좋은 마음들이 모이는데 어찌 아이들이 좋지 않겠는가.


밤, 바람 일고 갑자기 기온 영하로 떨어진다,

봄 같은 겨울을 여러 날 보낸 뒤,

아이들 막 잠자리로 간 후였다. 다행한.

뒤란에서 아궁이를 지키는 기표샘이 퍽 힘들겠다 싶은데,

고맙게도 바람은 다시 잠기고,

하지만 새벽 4시인 지금 기온 영하 4도. 영하 10도까지 떨어진다고 한 밤이다.

복도에도 석유난로를 꺼지 않고 내내 켜둔다.

따뜻한 잠자리가, 따순 밥이 우리 앞에 오기까지의 고마움을 날마다 되새김질 하는 이곳.

교수는 없어도 농부는 있어야지,

‘삼촌께도 정말 감사드린다.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묵묵히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인정받는 사회가 되었으면.’(정환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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