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찬란했던 계자였다,

고 한다면 옥샘은 계자마다 그랬어요 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지금 이 계자가 최고 빛났더라! 정말이라니까.

2017학년도 안식년 전의 마지막 계자를 그리 장식하였나니.

그 어느 계절보다 퍽 특별한 계자는 분명 맞았다!

휘향샘이 만든 유치부, 초등, 청소년, 대학생, 어른, 밥바라지 마을,

그렇게 6개의 계자가 커다란 한 계자를 만들어 구색도 훌륭했었노니.

한편 이번 계자는 아이들만 있는 계자였으니; 작은 애들, 중간 애들, 큰 애들!


자정 되도록 뛰어다닌 아이들이었으나

싹 하고 일어나기로 했고 그리 일어나 마지막 아침을 열었다.

다른 계자 때와 달리 일정을 조금 빠듯하게 움직인 끝날.

왜냐하면 이번엔 관광버스를 대절하지 않고 마을에서 나가는 버스를 타기로 했던 바.

그런데도 그 흐름이 무리하지 않았던 것은

마음을 다 쓴 샘들과 그 무엇보다 견고한 밥바라지 알타리 1호기 정환샘이 있어 가능했고,

(‘어머님들이 밥바라지를 많이 기대하신다 들었는데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더위 추위도 힘들지만 허리 다리가 많이 아프실 것 같다.’

간밤 정환샘의 하루재기 한 부분은 그랬다.

게다 정환샘은 자정을 훌쩍 넘기는 샘들 하루재기 시간까지 날마다 동행하였으니.)

그 중심축에 휘령샘의 빛나는 움직임이 있었다.

‘5박6일 동안 수고하신 모든 쌤들께 감사하고, 이번 계자 잘 이끌어주신 옥쌤, 휘령쌤, 태희쌤 감사합니다.’

어제 다은 형님의 하루재기 글에서도 그리 적혔듯.

밤마다 뒤란 아궁이를 겨울마다 수 년 째 지켜내는 기표샘의 시간은

어떤 말로도 치하할 수 없는.

‘다쳐서 미안합니다. 안 그래도 일 많고 피곤할 건데 일을 만들었네요, ㅎㅎ’(어제 쓴 기표샘의 하루재기 가운데서)

어여 나으시라.

저 젊은 나이들에 어찌 저럴 수가 있을까.

물꼬의 샘들(당연히 새끼일꾼포함!), 그대들이야말로 정말 ‘선생님’이었다!


이번 계자는 여태 해온 계자들과 한 맥락에 있겠지만

단 한 번도 같은 계자인 적이 없었던.

1994년 여름부터 시작해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고, 얼마나 많은 아이들과 샘들이 보낸 시간이었나.

그 세월을 2017학년도엔 책으로 엮으려고도 한다, 백예순세 차례를 치러낸.

교육서까지 두 권을 상재하려는 새 학년도.

“옥샘, 알아요? 우리 엄마가 마을 학교 하는 거 알아요?”

“응.”

“완전 물꼬예요. 물꼬에서 하는 거 다 해요.”

건호가 서울에서 마을 사업을 하는 엄마의 소식을 그리 전했더랬다.

고마울 일이다, 우리 하는 것들이 곳곳에서도 나누어진다면.

단양에서 어디서 곳곳에서 물꼬가 하는 일정들이며 낱말들이 쓰인다 하니,

그것은 물꼬가 해온 활동의 긍정성들 아니겠는지,

좋으니 하지 나쁘면 하겠느냐 말이다.

그것 역시 물꼬 존재의 의의를 보여주었다 할.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돌아보고 책임지고 정리하고 정성스럽게 살기와 다르지 않을 말일,

이곳에서 끊임없이 달고 사는 말대로 ‘먼지풀풀’은

이곳을 쓸 누군가를 위해, 우리가 왔을 때 그리 맞아진 것처럼 그리 청소하는 시간. 

쓰고 보니 또 한 권의 책 제목도 이게 되잖을까 싶은.

교육서는 ‘넌 네 삶을 살아, 난 내 삶을 살게’(이 역시 가제지만)로 생각하는.

반찬통이며 빨래들이며도 챙겨 봇짐을 다시 싸서 복도로 내보내고

모두 방바닥에 엎드려 갈무리글을 썼다.

‘마친보람’.

책방 앞 복도에서 한 사람 한 사람 인사를 나누는 동안

가마솥방에서는 마지막 끼니가 준비되고 있었다.


눈 추적인 영동역.

우리는 마지막 헤어지는 자리를 ‘물꼬장터’라 부른다.

북적인다는 말일 게다,

남겨진 물건들 주인을 찾기도 하고 서로 기념을 위해 뭔가를 교환도 하는.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

 흐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더냐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 밑천인데

 쩨쩨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이번 계자의 주제곡이라 할 만할 ‘사노라면’(원제 '내일은 해가 뜬다')을 목청껏 불렀다.

안녕.


아이들이 돌아간 뒤 역전 밥집 하나에 둘러앉아 샘들은 마지막 갈무리모임을 했다.

그대들로, 우리들로 물꼬는 또 살았고, 살아갈 것이라.

욕봤다, 욕봤다, 욕봤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그대들이야말로(그대들 같은 이들이) 교사가 되어야 한다!

좋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그려주고 갔으니.

“샘들아, 그거 알아? 우리가 가장 자주 많이 한 말이 지금 행복하다였다오.”

어디서나 ‘지금’ ‘그러하기’로!

내가 좋은 사람이었다면, 그건 순전히 함께한 이들이 만들어주었던 것.

우리가 만든 세상이 좋았다면, 그건 우리 하나하나가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

그것이 우리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

좋은 세상은 좋은 사람들로 만들어지는 거니까.

“내게 ‘우호적인’ 그런 곳에서 우리 누구라도 머물고 싶잖아요.”

따뜻한 시선, 깊은 경청이 관계를 어떻게 만드는지를 보았고,

밥과 불이 우리에게 이르기까지를 고스란히 보며 그 귀함을 생각했고,

불편했으나 사람이 사는 데 그리 많은 게 필요치 않음을 확인했고,

사람이 어찌 살아야 하는가를 우리 익히고 본 날들이었어라.


아이들 떠나자 내일부터 추워질 거라는 날씨이다.

푹했고, 그러면서도 눈까지 보여준 계자.

삶이 기적임을 날마다 깨우치는 산골살이라.

아이들이 적어서도 다행했다!

아이들 씻는 흙집의 세면대 바닥이 조금씩 가라앉고 있었다.

그 낯설지 않은 부실공사.

마지막까지 이 계자를 해야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케했던.

다행히 전문가 한 분이 확 무너지거나 하진 않겠다고 진단해주었다.

하지만 사람의 일을 어이 알랴, 샘들이 모든 긴장을 내내 안고 있었고,

수시로 세밀하게 그곳을 살피며 혹 불안한 낌새가 있다면 중간에라도 접기로 한 계자였다.

사람 많지 않아 그 바닥에 자극을 덜했던 것도 이번 계자의 한 기적이었네.

그나저나 늘 공사 중인 이곳이라...


그리고,

네 명의 아이들이 하룻밤을 더 묵게 되었다.

아직 163 계자가 끝나지 않은 셈이었으니.

아, 그들을 위해 휘령샘은 아이들 먹을거리며들을 쥐어주었다,

물꼬가 쓸 마음을 그리 헤아려준 그니.

나는 그 나이에 못했던 일들을 샘들은 그리하더라. 새끼일꾼들은 또 어떻고!

아, 물꼬에 모이는 그 젊음들은 도대체 이 땅에서 어떻게 그리 길러줄 수 있었던 것이냐.

세상이 어째도 그렇게 견실한 영혼들이 있었으니

물꼬가 자랑하는 한 축이라.

2017학년도 6월로 계획하는 물꼬인의 날(‘연어의 날’이라 일컬을까)에 다들 모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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