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8.흙날. 맑음 / 설

조회 수 821 추천 수 0 2017.02.08 02:14:45


07:32.

알려진 일출 시간은 그러하나 8시는 돼야 산을 넘어오는 해를 겨우 보고

거기로부터 다시 30여 분은 더 지나야 밤 기온을 벗는 산 속 마을이다.

학교아저씨도 설을 쇠러 학교를 비웠고,

식구들도 집안 차례에 떠났다.


마을에 설을 쇠러 온 이들이 학교 마당을 가끔 기웃거렸고,

큰 대문은 닫은 채 작은 대문만 열어두었다.

장순이와 사과와 만화랑만 보내는 한낮,

본관 앞 평상 곁의 망가진 솔라등을 고쳤다.

서둘러 하고파 들썩인 간밤이었다.

커다랗고 둥근 투명 플라스틱 통을 생각했더랬고,

거기 뚜껑을 열고 안으로 한지를 붙였다.

아이들과 한국화 연습했던 것들을 모아두었다

이럴 때 요긴하게 쓴다.

방의 낡은 벽지에 무늬처럼 덧붙이기도 하고

가끔 이곳에서 만든 잼이며 대용차며 된장이며들을 선물하며도

포장지로 잘 쓰는 것들이다.

오늘은 목련을 그렸던 것을 꺼내 그리 붙였다.

너무 두꺼우면 빛이 모이기 어려우리,

가능하면 겹치지 않도록 붙인다.

남은 솔라등의 본체랑 통의 입구가 잘 맞아떨어지면 좋을 것이나

훌러덩 쑤욱 덮어버린다.

드릴과 긴 피스를 가져와 네 곳에 구멍을 뚫고 피스로 고정한다.

이곳에서의 일은 많은 경우 일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라.

새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설이어 또 의미 있다 여겨지기도.

그리고, 밤이 기다려지는.

(밤 왔고, 불은 환했다!)


하오엔 쌓여있던 연탄재들을 패여 있는 곳마다 들고 가 깨고 부수었다.

이른 저녁을 먹고 가마솥방 난로 연탄을 간 뒤 올라와 읽던 책을 펼쳤네.

그런데 점점 차가워지는 방,

아차차, 그제야 화들짝 놀라 좇아 나갔다.

아직 남은 불 많아 사택은 천천히 갈지 하던 것이 그만 놓쳐버린 것.

그래서 학교아저씨는 좀 귀찮아도 하루 두 차례 정해진 시간에 갈았던 거다.

어찌어찌 한 번만 갈아보려니 24시간을 가는 연탄불이 아니어

시간대가 조금씩 변했던 것.

꺼졌다!

아래 가마솥방에서 밑불을 빼내 오는데,

이곳에서는 꽤 긴 동선들이라 두 번 움직이지 않으려는 게으름으로

마저 정리를 해놓고 나오려고 빼 놓은 연탄을 잠깐, 아주 잠깐 연탄받이에 둔 것인데,

바닥 장판이 타버릴까 하여 잠시 신문 무데기 놓고 그 위에 두었는데,

불 바로 붙고 연기 자욱하고...

얼른 연탄받이를 통로에 내놓고 불붙은 더미는 수돗가로 던지고...

휴우!


‘옥샘, 물꼬에선 요새 날짜가요...’

휘령샘이 알려주었다.

하하하, 누리집에 올려둔 글을 사람들이 가끔 그리 교정교열을 봐준다.

사는 걸 뭐 실시간으로 전하냐 싶어

기록은 하지만 누리집에 올리는 건 여러 날 간격을 두는데,

여유로운 연휴로 바짝바짝 글을 쓰고 올렸던 것.

그런데 날짜가 틀렸더란다.

멀리 있는 물꼬 식구들도 연휴라고 한갓진 모양.

몇의 소식도 메일로 왔다.

새끼일꾼 태희도 163 계자 평가글을 보냈다.

그 말미를 읽다 웃었네.

‘옥샘ㅜ저 품앗이샘이라는 명찰 한 번 꼭 받아보고싶습니다ㅠㅠㅠㅠㅜ

계자 쭉 하실거죠~~~?’

163 계자를 하는 동안 밤마다 샘들이 쓴 날적이의 끝도 그러했다,

계자는 계속되어야 한다!

계자를 쉬어가기로 한 2017학년도에도 모여야 하는 거 아닐까 고민해볼 만치

올 겨울 계자는 뜨거웠고, 그래서 아쉬움 더한.

하기야 자유학교 교도들의 부흥회 아니던가.


내일은 이곳에서 치유과정을 밟았던 친구 하나가 인사를 다녀가기로 했다.

설이다.

새해, 정녕 평화에 거처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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