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5.해날. 눈비

조회 수 892 추천 수 0 2017.02.16 10:54:35


산 아래 사니 산으로 드는 손님들을 더러 맞는다.

민주지산은 사계절 두루 인기 있는 산행지이지만,

계곡이 좋고 그늘 깊어 여름에 더 좋다지만,

역시 겨울산이다!

충청 전라 경상을 아우르는 분수령 삼도봉과 연접하는 산.

삼도봉은 북에서 내려온 산줄기를 받아

한줄기는 대덕산으로 가르고 다른 한줄기는 덕유산으로 갈라 지리산과 맥을 잇는다.

석기봉과 삼도봉을 잇는 능선은 산죽과 진달래길.

다른 산들에서 무리지어 군락을 이루는 진달래가

여기선 능선을 따라 그리 펼쳐지는.

눈비 흩뿌리는 학교 마당으로 세 어른들 들어섰다.

갓 지은 밥에 바로 끓인 청국장이 놓인 밥상,

그리고 말차와 홍차와 보이차로 이어진 찻상,

마지막으로 은행을 구워먹고들 일어서셨네.

종이타올을 한 상자나 내려주시고 여기서 더 맛나지 않겠냐 녹차파이도 건네주시고.

소백산 산장에서 잔 벗이 그곳의 겨울도 마침 보내왔더라.

겨울 지리산에 언제 꼭 동행하고픈 그의 걸음도 사진으로만 만나더니.

번번이 청계랑 겹쳤는데,

올해는 지리산을 같이 올라볼 수 있으려나...


영월 토굴행 준비.

먹을거리며 생활용품이며 시오리 산길을 지게 져서 실어 나르는 그곳 삶이라.

떠나기 전 몇의 메일에 답도.

자원봉사활동확인서의 필요여무에 따라 오는 물꼬의 품앗이와 새끼일꾼들이 아니지만

이왕이면 발급해두면 어느 때고 쓰일 일 있지 않을까냐며

샘들한테 서류를 준비해두라고 하는데,

정작 정말 필요한 이들이 놓치기도.

한 새끼일꾼도 부랴부랴 이제 챙기는.

그것부터 관계 기관과 연락해놓고,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자주 물꼬를 헤아리며

이번엔 대학 들어간 아이를 위해 입성을 챙겨준 분께 감사 인사도 전하고,

일하며 대학을 다니는 중에도 물꼬 논두렁이기도 한 한 선생에게 답인사도 하고,

겨울 일정 재정 관련 휘령샘이 미처 못 끝낸 일들도 마저 정리하고.

‘물꼬의 살림살이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남겨주세요.

다른 쌤들이 그랬듯, 저도 보탬이 되고 싶네요!’

올겨울 계자가 그 누구보다 든든하게 밥바라지를 맡아준 공이 컸을 정환샘,

그러고도 이런 메일을 보내온 그에게도 답 한 줄 쓰고.


곧 대학을 가게 되어 살림을 독립한지 달포가 넘은 류옥하다한테서

문자가 들어왔다.

‘젊은 할아버지 TV 사드리려는데, 이거 어때요?’

지난 12월 어미 생일에도 퍽 값나가는 헤드셋을 선물하더니

저 살림도 살아내는 게 만만찮을 것을.

소사아저씨 방에 유일하게 있는 TV를 새 걸로 바꿔드리면 좋겠다 하기 여러 해,

쉽지가 않더니만.

네팔 떠날 엄마 여행 경비도 보태고,

잘 벌어 잘 쓴다.

아들이 시험 끝내고 친구들과 돈 쓰러만 다닌다는 푸념을 학부모로부터 듣는 일도 있더니,

고마울 일일세.

참내, 아들한테까지 붙어서 가는 삶이네...


“옥샘, 네팔 언제 가세요?”

동행해보려는 품앗이 선생 하나.

작년겨울 섬 여행을 같이 꾀해보기도 했던.

언젠가 같이 긴 여행을 떠나고픈, 떠나기로 한, 떠날.

“벌써 10년이에요!”

그의 20대가 물꼬에 있었다.

젊은 벗에겐 상대적으로 더 긴 시간이었으리.

벌써 비행기표가 배가 되었더라.

“기다려, 책 내서 돈 벌어 여행 델고 갈게~”

그런 생각 들두만, 내가 좋아하는 네가 나를 좋아하니 그대가 더 좋다.

얼마 전엔 큰돈을 물꼬 후원비로 보내왔다.

나가서 돈 버는 일이 누군들 만만찮을까.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와 목울대를 건드렸었네,

고생해서 물꼬살림 보태는구나.

글 열심히 써야겠으이.

우리 어린 친구들과 겨울에 남도여행도 가리.

특히 올해 대입수험생이거나 그 언저리일

현지며 해찬이며 지혜며 현진이며 성재며 수현이며 태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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