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8.물날. 흐림

조회 수 879 추천 수 0 2017.02.20 00:46:13


가마솥방에서 저녁상을 물리고 현관문을 열고 나오자

시커먼 하늘 아래 싸락눈이 내리고 있었다.

추워도 겨울이 가져오는 상쾌함이 또 있다.

싸락눈 아래 학교 마당을 가로지르며 경쾌함이 일더라.

때로 거친 바람은 전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세상에서 무엇이 제일 좋으냐 물으면 두 말 않고

볕이라 하겠다, 햇살이라 하겠다.

으으으으으으, 춰, 하며 가마솥방 난롯가 연통부터 끌어안고 시작한 아침이었다.


뭔가 하려면 청소부터.

슬슬 겨울에 밀린 일들을 좀 해야지.

교무실과 옷방의 먼지를 털고 바닥을 닦고.

연탄난로를 쓰니 앉는 먼지가 적잖다.


무엇이 관심이 가는 시기가 있다, 그것이 깊은 공부까지 가지는 못하지만.

요즘은 새가 그렇다.

늘 보고 살아도 아이들이 상추랑 시금치랑 구별 못하는 것 같은.

아니, 그게 왜 구별이 안 된대, 딱 봐도 다르잖아.

그런데 그게 아닌 게다.

30여 년 전 들꽃을 공부할 때도 그렇더라.

그게 그거 같고, 사진에서 보는 거랑 실물이 어찌나 다른지.

자꾸 보니 알게 되고.

새가 그렇더라, 도감을 볼 때는 알겠더니

보고 들어와서는 이것 같기도 하고 저것 같기도 하고

도저히 내 눈으로 본 것이 책에 있지는 않고.

오늘 직박구리 같은 새를 보았는데,

호랑지빠귀인가 의심도 하고,

예전엔 여름철새였으나 요새는 한해 내내 볼 수 있다길래 더 그런가 한.

그런데, 이건 분명하다, 딱새!

오늘은 배가 진한 황색인 녀석을 봤는데

가슴부터 배, 꽁지까지 밝은 적갈색, 날개에 흰점, 옆구리와 꽁지도 적갈색,

누군가를 경계할 때 울타리나 나뭇가지에 앉아 머리와 꼬리를 들썩이며

입으로 딱, 따닥, 딱 소리를 내는.

귀신이 나온다고들 하는 대나무밭에서 자주 보이는 딱새는

몸색이 울긋불긋하여 무당새라고도 한다지,

무리 짓지 않고 혼자 또는 암수가 다닌다고

작은 떨기나무에 앉아 꽁지를 파르르 떠는 버릇.

고래방 앞 수수꽃다리 나무에 앉았다 휘 날아가는 저 새, 딱새 맞다.

여름에는 딱정벌레나 파리 같은 벌레를 잡아먹고 겨울에는 나무 열매마 풀씨를 먹는단다.

딱새 홀로 다녀간 마당이었다.


어제 한밤 2시대에 메일을 보내던 중,

인터넷 안돼서 애 먹었다.

오늘 상황 알아보니 노후한 회선 점검이었더란다.

그러려니 하긴 했다. 여러 차례 있었던 일이니.

그런데, 그 큰 기업에서 이런 문제를 왜 사전에 공지하지는 못 하나.

지역의 유동인구까지는 못 챙겨도 거주민들에게 알리는 방법은 있잖겠는가.

적어도 그들은 그들 세계,

그러니까 통신사업 안에서는 전문가이고 그걸 관장하고 있잖은가 말이다.

헌데 작업이 끝났다는 소릴 들었는데,

이 밤 또!

갑자기 생긴 문제가 아니라 어떤 일정에 따라 하는 점검이라면

미리 사용자가 알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 수 있잖을까.

강력 항의키로.


‘류옥하다가 생일선물 텔레비전 왔다.

하다야 잘 보께.’

소사일지에 학교아저씨는 그리 쓰고 있었다.

올해 대학을 들어가는 류옥하다는 살림을 독립해서 제 삶을 꾸리고 있는데,

그 와중에 긴 시간 물꼬 살림에 고마운 학교아저씨부터 그리 챙겼더라.

그런 게 ‘사람의 마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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