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다고 거친 바다 지나온 전갈이었다.

종일, 하루 온종일 바람이 드셌다.

영하 9도까지 다시 내려간다는 밤,

하오 한 때는 영하 4도였는데 체감온도가 영하 9도였더라.


낼모레 네팔행.

론니플래닛이며 부랴부랴 자료를 좀 보고, 배낭에 넣을 짐들도 챙기고.

네팔 학교랑 가서의 구체적 일정도 상의하고.

오늘에야 지도를 들여다보며 가는 걸음에 할 트레킹 루트도 살폈네.

지난 2014년 11월 ABC 트레킹을 다녀왔다.

덕분에 한 권의 책이 나오는데 글을 조금 보태기도.

마침 방문하는 학교가 안나푸르나 품이기도 하여 ABC를 또 걸을까 했는데,

Mardi Himal trekking(Mardi Himal Base Camp-West, 4500m)을 생각했다.

여행자보험도 서둘러 넣고.

가게 되나 보다.


안식년이라고 선언한 2017학년도는

한해살이도 네팔을 다녀온 3월 12일 이후에나 공지하자 했는데,

당장 13일 주부터 관내 지원수업 일정이 잡혔다.

게다 오늘은 ‘물꼬 stay- 자기돌봄’ 일정에, 아직 제 이름도 갖기 전인데,

청주의 한 학교에서 4월 중간고사를 친 뒤 스물의 청소년이 모이기로 한다.

10명씩 나눠서 두 차례로 할지 한꺼번에 할지는

다녀와 최종 결정하는 걸로.


이틀 전이었나 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 리뷰를 오늘 읽었다.

유부남 감독과의 복잡한 관계를 접은 배우 영희는 여전히 그가 그립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인생에서 사랑의 의미란 무엇인지 고민한다,

그가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누구의 인생에든 한 번은 찾아오는 사랑, 그걸 바라보는 세상의 기준, 관계의 정의,

사랑하고 사랑 받을 자격에 대하여 폭넓게 다루는 작품이다,

욕망하는 존재인 인간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런 이야기.

“사랑에 대해서 생각할 땐 일상적인 의미에서의 행복이나 불행, 일상적인 의미에서의 선함과 악함의 분별보다는 더 고상한 것, 더 중요한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아무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극중 감독이 낭독하는 책 한 구절이었다.


바로 그 대목은 이언 매큐언의 <체실비치에서>(문학동네, 2008)로 이어졌다.


“그녀에게 필요했던 건 그의 확실한 사랑과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으니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는 그의 다독거림뿐이었다. 사랑과 인내가, 그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기만 했어도, 두 사람 모두를 마지막까지 도왔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그들의 아이들이 태어나서 삶의 기회를 가졌을 것이고, 머리띠를 한 어린 소녀가 그의 사랑스러운 친구가 되었을까. 한 사람의 인생 전체가 그렇게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 전체가 그렇게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말이다.” (p. 197)


남자는 여자를 퍽 사랑하나 신혼 첫날밤의 한 사건으로 헤어지고 만다.

소설은 그 하룻밤 새 일어난 일과 이후에 찾아든 회한.

줄거리로만 말하자면 얼마나 흔한가, 소설들이란.

하지만 그것에서 우리는 통찰을 얻기도 하고 성찰하기도 하고.

삶이란 아무 생각도 하지 말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결정적 변화를 만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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