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6일 달날 맑음

조회 수 1240 추천 수 0 2005.05.21 00:23:00

5월 16일 달날 맑음

소사 아저씨 삼촌은 이마만 하얗습니다.
사람들은 아래쪽만 탄 삼촌 얼굴을 보고 챙이 좀 넓은 모자를 쓰라시지요.
그런데 포도밭에 나가보면 그 까닭은 굳이 물을 일도 아니랍니다.
포도줄기에 모자가 자꾸 벗겨지는 일이 아니어도
삼촌의 탄 얼굴은 우리들이 하는 어떠한 말도 무색하게 만들고 말지요.

상촌중학교 학생들이 체험학습을 떠나고
남은 밥알 신동인님은 대해리로 올라오셨습니다.
하실 만할 때 한다며 장작을 패고 나르고 쌓으십니다.
비 오듯 흐른 땀으로 얼룩진 얼굴을 보는데,
뭐 무슨 말도 할 수가 없는 게지요.

오늘은 학교 뒤란 너머 햇살 좋은 곳에서 아침을 엽니다.
아이들은 '수영'을 스케치북에 옮기고
저는 자갈밭에 앉아 한 녀석씩 부릅니다.
귀도 닦고 손발톱도 깎고 얘기도 나누지요.
방으로 돌아와 속도놀이도 합니다.
"우리 어제 만든 것 있지?"
"연등!"
지들 삶터 안에서 공유점을 찾아 낱말을 잘도 설명합니다.
"일반학교 공부시간."
"배움방!"
"이게 하늘이야."
"밥!"
"자주달개비가 이것 때문에 색깔이 변해."
"방사능!"
아이구, 아는 것도 많지요.
"우리 시위하는 것도 이것과 관련 있어. 부안!"
"핵폐기장!"
"쇠로 된 새."
"철새!"
류옥하다가 한 설명에 같은 패가 답은 맞혔습니다만,
이런 엉터리라니...
"철새랑 비슷해."
급한 나현이의 설명에 역시 얼른 '텃새'를 대답합니다만
철새랑 텃새, 서로 반대편에 있는 말 아닌가요?
"인터넷 안에 있는 집."
"알집."
홈페이지를 말한 건데...
시간이 끝나고는 낱말을 다시 하나 하나 확인한 다음엔
십자말풀이에 모두 머리 맞대다 마쳤더랍니다.
아, 속도놀이 그게요,
성격을 고스란히 봬주데요.
설명하는 자기는 충분하지 않으면서
대답하는 쪽만 자꾸 빨리 빨리, 채근하질 않나,
상대편이 맞혀야할 것을 툭 튀어나와 저가 대답하질 않나...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였더이다.

오후엔 재활용품으로 집짓기가 이어졌지요.
요걸트 빈병으로 쌓던 집을
이제 구석 구석 꾸미고 있네요.
간식을 먹고는 대나무와 조릿대를 베러 숲에 들어갔습니다.
고추도 세우고 수세미도 올리고 박도 타야할, 지주대로 쓰일 참이지요.

김경훈님은 관리기를 고쳐 들어오시고
삼촌은 연일 포도밭에 사시고
김연이님 모남순님은 효소 만들 채비를 하고
강은주님은 소식지를 엮고 있네요.
바깥에선 청주 mbc의 5월 8일자 물꼬방송보고
충남에서 450여권의 책이 들어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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