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 좋았다.

학교 마당에서 수선화가 맞았다.

아직 하루 종일 영하로 떨어지고 가끔 눈도 날리는 산마을을 떠나

낮에는 반팔을 입어야 하는 먼 곳을 다녀왔다;

네팔 안나푸르나 산군 가운데 ‘마르디 히말’ 트레킹.

꽁꽁 닫아야 했던 창을 이제는 열어도 되는 때.


그 사이 이웃들은 로터리 치기며 들일을 시작하고,

학교에서는 겨우내 나왔던 연탄재를 깨고, 꽃밭의 마른 풀들을 정리하고, 봄밭을 패고,

산판하는 곳에서 실려와 부려진 나무들을 크기에 따라 쓰임을 달리하려고 나누고,

땔감용은 잘랐다.


돌아올 때를 알고 품앗이샘들의 인사가 더러 들어왔다.

고맙다, 물꼬를 지켜주고들 있어서.

전통악기 넷을 챙겨왔다.

‘사랑기’(바이올린 같은 현악기)와 ‘마들’(장구 같은 타악기)과 으음, 아주 작은 하나는...

싱잉볼, 메디테이션볼, 힐링볼로 그 크기에 따라 나뉘지만

흔히 싱잉볼로 불리는 악기 역시 또 하나 생겼다.


들어와 맨 먼저 한 일은 가마솥방 싱크대 수도를 고치는 일이었다.

역시나! 산마을의 날은 그렇게 다시 계속된다.

막혀 분해되어 있는 꼭지.

다행히 청소용으로 쓰는 다른 쪽 수도가 있어 그간 그걸 사용하고 있었다.

방법을 찾아 어찌어찌 해놓고 나니

당장은 물이 나온다.

제대로 된 겐지. 됐겠지. 되었기로.


10:30 새 학년 봄 학기를 여는 ‘첫걸음 예(禮)’.

차를 달여 내고 2017학년도를 열었다.

안식년으로 기존의 빈들모임(주말학교), 계자(계절자유학교; 계절학교), 위탁교육(상설과정)들이 쉬지만

아이들의 학교 어른의 학교로서의 학교로서

또 무언가로 옴작거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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