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18~19.흙~해날. 맑음

조회 수 780 추천 수 0 2017.04.19 01:55:44


대학을 들어간 아이,

네팔에 가 있는 동안 저 혼자 입학을 하고 살림을 꾸리고 있었다.

입성이라도 좀 챙겨주어야지.

흙날엔 같이 대전의 시장에 가서 구제 옷가게를 갔다.

‘세컨드 핸드’를 뭐라고 말해야 하나... 재활용 옷가게?

애가 좀 굵어 서구에서 온 옷들이 유용했다,

십여 벌을 챙겨도 얼마 되지도 않는 옷값에.


해날.

아시다시피 물꼬는 영동의 민주지산 아래 있다.

그 덕에 산에 드는 이들을 맞을 기회가 적잖다.

"옥교장, 낼모레 서른 명 민주지산 갑니다."

"형, 여기까지 오는데 물꼬 걸음 안 하면 배반이지!"

논두렁인 선배가 포함된 산악회원들 열이 민주지산에 올랐다.

그런데, 가볍게 내려와 차나 한 잔 마시자 했던 사람들이 걸음이 더디게 됐다.

이른 저녁을 준비했다.

산골 거친 밥상이나 있는 대로 국수 말고 우거지국밥을 내고

그리고 홍합이 들어간 파전을 부쳤다, 물론 색깔 다양한 곡주들도 곁들여.

"이게 형네가 기증한 식탁이잖여!"

낡고 오래된 물꼬의 식탁을 바꿔주셨던 분이 광조샘의 동기였다.

물꼬도 그리 무언가 나눌 게 있어 기뻤네.

'물꼬 한 바퀴'라는 물꼬 투어도 잊지 않고 하고들 떠났다.


어떤 벗인들 즐겁지 않을까만 산 벗이 최고다 싶데.

게다 발해 역사모임 식구이기까지 하다면...

영동에는 민주지산이 있다.

거듭하는 말이지만, 그 아래 물꼬가 깃들어 산다.

누구인들 반갑지 않을까.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그렇다마다.


“뭔 밥값이래?”

선배가 지갑을 열었다. 못 받는다 했다.

“술값은 내야지.”

“그건 받는 걸로!”

그런데, 반가이 맞아준 마음을 보답하겠다고

당장 한 분이 물꼬 논두렁(후원)이 되셨고,

또 다른 분은 낼모레 마산의 어시장에서 다시용 건어물을 보내준다셨다.

그참...

기꺼이 낸 밥 한 끼가 열 그릇 백 그릇이 되었네.

가난한 밥상을 기쁨으로 받아주어 더 고마웠다.

밥하는 사람에겐 그게 최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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