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길을 하루걸러 두 차례나 올랐다.

학여울역.

지금은 사람은 가고 덩그마니 건물만 남은,

양재천 건너 몇 해 마음 부렸던 곳이 어디쯤 있을 것이다.

가장 가까운 곳이 가장 먼 곳이기도 하단 걸

이혼하는 부부들 아니어도 생에 더러 만난다.

그 가까운 거리가 살아서는 못 볼 것 같은 먼 거리가 되기도 하는.

살아 못 만나 풀지 못한 이야기들이 죽어서는 닿을 수 있을까.


불교박람회에 갔다.

네팔 사람들과 네팔을 다녀온 이야기로 수다가 길었다. 유쾌했다.

올 봄학기 바깥수업을 위해 좋은 향을 구입도 했고,

차와 다기들로 눈도 즐거웠으며,

명상을 내세운 몇 곳의 단체들을 기웃거려도 보았다.

그림을 그리거나 조소를 하거나 지화를 만들거나 하는 이들과

귀한 연들도 맺었다.


해날에 다시 가서 에니어그램 세미나 참석.

주위에서(그러니까 명상 관련 사람들) 안 해본 이를 찾기 힘든 에니어그램이다.

고대로부터 전해온, 사람을 9가지 성격으로 분류하는 성격 유형 지표이자 인간이해의 틀.

인간이 얼마나 많은 갈래의 성격을 가졌을 진데 겨우 9가지로 정리하느냐 싶은,

그 확정성에 거부감이 일 수도 있겠지만 

마음의 부대낌이 많은 때라면 무어라도 도움이 되잖은가 생각함.

MBTI에서는 각 유형의 개성을 살린 개별화된 인간을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본다면

에니어그램에서는 내면세계에서 모든 유형을 통합시킨

초월적 인간을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보고 있다.

MBTI는 행동 자체에, 에니어그램은 행동의 동기에 초점을 맞춘다.

앞이 강점과 선호경향을 강조한다면, 뒤는 약점과 내면의 집착을 강조.

전자는 독립적이고 불연속적인 성격유형인 반면 후자는 연결되어 있고 연속적이다.

그런데 MBTI가 인간의 성격 성향을 환경에 따라 변한다고 보는 반면

에니어그램에서는 완성된 성격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고 본다.

오늘의 성과라면 에니어그램에서일지라도 그 성격을 불변으로만 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나는 그랬다.

그런데, 진행자들 포함 50여 명 모인 자리에서 글쎄 내 유형이 진행 교수와 나 달랑 둘.

그래서 별 수 없이 이 성격유형의 대표로 나가서

그 성격유형이 가진 약점의 극복에 대해 발표해야 했던.

그래서 어떤 지점에서 보편적이지 못한 자신을 좀 이해 받았던 자리였을.

공부를 계속 같이 해보자고들 하셨으나 먼 길 걸음이 어디 쉽겠는가.

물꼬에서 하는 수행만도 심연이라.


흙날엔 식구들과 한국영화 <프리즌>을 보았다.

교도소에 넣은 이들이 버젓이 나와 범죄의 중심에 서는.

예술의 사회반영. 그래서 슬프고 쓸쓸한.

가족들과 겨우 주말에나 얼굴을 보는데,

그래서 어쩌다 차리는 밥상인데,

흔히 엄마의 밥하기가 당연시 되거나 하는 걸

이 가족들의 미덕은 그걸 늘 감탄하고 고마워한다는 것.

고마운 일이다.


드디어 안나푸르나 그리고 히말라야 산군 사진 액자도 맡겼다.

네팔행을 도왔던 이 서넛을 위한 선물이다.

인근에서 어려워 대전까지 나가서야.


아침뜨樂 연못 방수공사는 4월 10일로 미뤄졌다.

그마저도 흔들릴 수 있는.

산판을 하러 들어간 굴삭기가 그 즈음 나오기로.

또 일을 돕기로 한 이의 밭일 일정도 고려되어야.

어떻게든 될 테지. 하긴 할 테지. 아님 또 다음에 하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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