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들녘이 여름 녹음 못잖습니다.
달골 들머리에도 아이들 굵어지듯 살진 벚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잎 피기 전 꽃이 먼저 나 눈처럼 나리는 벚꽃은
한밤에도 눈부신 하얀빛을 달빛처럼 환하게 밝힙니다.
그런데, 이 봄 그 하얀 절정은 없었습니다.
꽃이 피고 붉어지고 잎이 돋고, 그 과정이 그만 한 데 버무려진 것입니다.
무섭게 아열대로 가고 한반도입니다.
봄 일들이 잽니다.
이제 기계가 들어오는 일은 없어야지,
그래도 ‘아침뜨樂’에 굴삭기가 또 들어오게 됐습니다.
원래 끝이 없는 일이니 어디쯤에서 멈춰야 한다고는 했습니다만
그래도 위험요소는 빼야지요.
지난주 작업에서 아가미못 긁어내고 달못 방수공사에
말라버린 측백나무들 패 내고 여벌나무 옮겨 심고,
바람에 흔들거려 뿌리까지 약해지는 측백나무들 머리를 잘라주고,
그리고 너무 가파르던 계단이 아이들에게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결국 다시 손을 댔더랍니다.
이제 꼭대기부터 마무리를 해내려오면서 온 데까지는 되돌아가지 않을 수 있도록 하기,
그게 이번 목표입니다.
물고기 모양의 입 자리인 머리 꼭대기를 안전하게 정비하고,
아가미못에 돌 쌓기,
미궁을 긁어 잔디 심을 준비,
아고라의 쏠린 돌의자들 발루고 바닥을 긁어내고, ...
더 좀 했으면 해도 여기서 또 그만(그 비용을 감당하기 쉽지 않기도 하니).
적어도 이제 미궁까지는 굴삭기 다시 들어갈 일 없겠습니다.
김천에서까지 넘어와 손발 되어주신 준한샘과 봉열샘, 고맙습니다.
내어주신 마음 감사하기 더 큽니다.
4월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