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래...
사물은 기억이 강하다.
어떤 물건을 매개로 기억은 보다 강화된다.
봄이 달래를 실하게 내민다.
달래를 좋아하는 벗이 있었다. 지금은 아주 먼 곳으로 간.
곁에 있을 땐 내가 그를 얼마나 지지하는가 말해주지 못했다.
얼마나 좋아하고 아끼는지, 얼마나 오래 가까이 있고 싶은지 말하지 못했다.
난자리가 무섭다.
달래가 돋을 때마다 그를 만날 것이다.
부디 몸 살피시라.
달골 입주.
한해 4개월은 학교 사택에서 지낸다.
겨울을 난 뒤 올라가는.
에너지를 집약적으로 쓰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눈으로 오가는 길이 쉽지 않은 까닭이기도 하다.
비어있던 달골 햇발동 청소부터 했다.
겨울을 지냈던 된장집 짐을 내리고
그래서 또 짐이 가려니 교무실을 청소하게 되고
들어간 길에 뜨거웠던 여름 문제가 생겼던 복사기도 사용 가능한가 따져본다.
움직인다.
이제 달골로.
묵은 먼지를 털고 난방도 하고.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는 겨울 날 ‘문제’이더니
그래도 살면서 쌓인 게 있으니 지난겨울은 보일러며 해우소 변기며들이 무사하다.
이웃과 차를 마신다.
생각이 많이 다르고 삶의 꼴도 다르지만
산골에서 같이 살아간다는 점에서는 많은 일들이 과부사정 홀아비가 아는.
나이 스물께 스치듯 보고 20년 지나 이 산마을에서 해후했다.
서로 살아내느라 코가 석 자이다가
이즈음엔 서로 도울 일을 찾아본다.
호두 농사를 짓는다니 호두를 같이 털어줄 수도 있을 테다.
서로 품앗이 할 수 있는 일들도 있을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