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해건지기는 가까운 절집에서 있었다, 불자들이야 아니지만.

마침 그곳의 보살들이 모여 참선을 시작한 첫날. 동행했다.

공양도 같이 하고.


오후에는 달골 올라 마당 풀을 맸다.

화분 분갈이도.

수선화 뿌리도, 좀 늦은감이 있지만 이 해에 꽃 보기를 포기하면 괜찮은, 몇 갈라주었다.

언제가 수선화 밭인들 못 되겠는가.


이번 학년도에 삼은 숙제 하나 가운데 부실공사의 증거가 된 흙집의 보수공사가 있다.

요새 손만 대면 천만 원은 돈도 아니라는 공사,

일이 되려고 교육지원청에서 하기로 했다.

비가 새는 가마솥방 지붕공사와 같이 엮게 될 것이다.

오늘 공사업자가 상황을 보러 다녀갔다.

6월의 ‘물꼬 연어의 날’ 전에는 마쳐달라 했는데,

일이란 게 돼 봐야 되는 줄.


제도학교 샘들과도 여러 인연이 있는 물꼬이다.

그 샘들 가운데 명퇴를 한 이들 또한 여럿.

열샘은 고교 교사였지만 패러글라이딩에 애정이 더 컸더랬다.

물꼬 학교문연날 행사에도 와서 패러글라이딩을 시도한 때도 있었다.

교사풍물모임에서 같이 쇠를 잡았던 인연이다.

“몰랐지? 나 연극해. 연기는 아니고 무대 세팅.”

전혀 몰랐더랬다. 벌써 20년 되었다는.

명퇴하고 본격적으로 같이 하고 있다고.


“못 볼 뻔했어!”

내가 너를, 네가 나를.

마침 바깥수업 날, 몇 학기째 인근 도시로 넘어가 경증장애아를 만나고 있다.

이른 저녁상을 물리고 바삐 나섰다.

상촌 면소재지를 지나 아랫마을을 지나 내동 들머리도 지나

굽이돌며 돈대삼거리로 막 향하는데

왼편 산자락에서(오른 편으로는 강) 꼭대기에서 연기가 풀 나더니

으윽, 돌덩이들이 쏟아져 내렸다. 길이 막혔다. 7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무슨 영화의 한 장면을 바로 눈앞에서 그리 만났다.

차체가 무슨 힘이 있다고 저 돌덩이이 얼마든지 깔렸겠구나.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잠깐 앉았다 아뜩해진 정신을 추슬러 사진을 찍고

119며 군청이며 신문사며 연락을 하고, 도로사업소에서 확인 연락이 오고...

곧 맞은편에서 오던 차도 멈춰서고 있었다.

날은 어두워가고 늘어선 차들은 불어나고...


가야는데... 저 너머로 갈 수 있는 길이 있지 않을까,

먼저 강쪽으로 되돌아 따라가보았지만 없다.

그렇다면 마을로 들어가보자.

내동으로 들어가 더듬었다. 차 한 대 빠듯하게 지나갈 길을 따라 가보니

아, 정말 맞은편으로 나가는 길이 있다.

버스며 차들이 뒤엉켜있고, 경찰차도 와서 사태를 수습하고 있었다.

빵빵거렸다. 경찰이 와서 차들을 안내하여 길을 터주었다.

미안했다, 혼자만 빠져나가서.

도로교통관리소에서 막 도착하고 있었다. 맡겨도 되리라. 


늦은 밤, 돌아오니 길은 치워졌고, 임시로 공사안내를 알리는 불빛들이 켜져 있었다.

엊그제는 고속도로에서 펑크 난 차를 운전하였는데, 오늘은 산사태.

조금 쉬었다 가라는 날들인 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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