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빛도 가장 푸른 것이 있고

검은 색 또한 가장 검은 것이 있다.

흰색 또한 그러한데,

만개하는 벚꽃을 보면 흰빛의 절정을 딱 찍고 붉어지며 잎이 돋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찰나 같은 지점.

달골 들머리 벚꽃의 그때를 기다렸으나

정점에 이르지 못하고 잎에 붉은 기가 돌기 시작했다.

기이한 기온 탓.

꽃밭의 꽃나무들도 키가 다 자라지 못한 채 꽃을 매달았다.

지구는 그렇게 뜨거워져가고 있다.

절정의 시간을 기다려 사진 한 장 남기려던 뜻은

결국 흐린 아침 아쉬움으로 사진에 담겼네.


오늘내일 ‘아침뜨樂’에 굴삭기 들어온다.

물고기 모양의 머리에서 내려오는 물을 모으는 ‘아가미못’,

그리고 전체의 중앙에서 기운을 고르는 ‘달못’,

이틀 동안 두 못을 다듬고, 방수하는 작업을 하기로.

뜨樂의 못 다 한 일도 손 좀 댈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고.

어제오늘 받은 날이었으나 어제 장맛비처럼 비 다녀가기 밀린 이틀.


장순샘이 버섯 키우는 이웃에서 비닐도 얻어오고

공사장에서 나온 부직포도 들고 왔다,

연못에 새로 만들 장치며에 쓰일 부품도 사서.

경배샘이 굴삭기로 달못을 다시 긁어놓자

모두 붙어 부직포를 깔고 비닐을 덮고 흙을 덮었다.

굴삭기가 돌을 쌓을 때

나머지 사람들은 뜨樂의 마른 풀을 걷어내고 풀을 뽑고.


벌써 해 질리야 했더니

시커매진 하늘 탓. 멀리 천둥이 치며 달려오고 소나기처럼 비가 쏟아졌다.

굴삭기가 아직 두어 시간은 더 작업하겠는데.

사람은 피하고 유리창이 있는 굴삭기는 연못 둘레를 다졌다.

그런데, 비에 땅을 만지는 게 바람직할지...


다행히 곧 해 목을 빼고 나오고

다시 사람도 나와 풀을 뽑았다.

그런데, 가던 걸음 돌아보듯 또 까매진 하늘이 이번엔 번개를 동반한다. 쏟아지는 비.

고만하라네. 자, 오늘은 접기.


호미질 때문일 테다. 팔깨나 욱신거린다.

끊임없이 하품도 나오고 졸음이 오다가다.

그래도 또 책상 앞이다, 깊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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