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감긴다.

운전하는 가운데도 하품이 계속 나왔다.

고단을 밀어가며 하루하루를 건너는 요새다.

산골살이 봄날이 그러기도 할 것이만

이 봄엔 벌인 일이 여럿이다.

길고 먼 하루 하루이다. 팔이 퍽 아프다. 일 양이 좀 많으네.


‘아침뜨樂’ 연못 방수공사 이틀째.

휴, 또 질퍽이는데 작업을 하게 됐다.

이렇게 되면 흙이 거칠게 뭉쳐 모양도 잘 안 나올 걸.

그래도 굴삭기 올라온 김에 좀 더하기로.


경배샘이 아가미못을 정리해서 더는 굴삭기 오를 일 없도록 하자 하고 다듬고,

달못 안으로 돌도 마저 쌓았다.

죽어 있던 측백나무들은 패 내고

그 자리로 밭 아래 남겨두었던 측백들 캐와 심고.

어느새 장순샘은 측백의 키들을 다 잘랐다,

바람 때문에도 자리를 못 잡았지 않았을까 하고.

가파르고 거칠었던, 뜨樂으로 들어가는 계단도 결국 파내고 다시 작업.

내내 걸릴 일은 하고 가기로.

“나오면서 배수로도 좀 긁어주셔요.”

물고기 꼬리 부분의 끝, 계속 물을 잘 못 잡고 있는 들머리 길도 다듬고,

배수로도 더 긁었다.

그 마지막에 버려져있던 시멘트수로관 둘을 이어서 묻었네.


마지막 작업을 하는 것을 보고 달골을 나와

인근 도시의 한 모임에 얼굴만 내밀고 서둘러 다시 운전석이 앉아

그만 신호등 하나를 잘못 읽고 가려던 길을 막 벗어났는데,

어, 낯이 익다.

연못 돌본 뒤 이제 잔디 작업을 할 때인가 하는데,

세상에! 내가 벗어난 길이 바로 언젠가 연락하고 봐 두었던 거기 조경으로 가는 길이었다.

마침 주인장 있어 의논하다.

달골 현장을 보고 얘기하기로.

쇠날로 약속을 잡는다.


한밤, 장을 보고 왔다. 

돌아와 운영비 통장을 정리 좀 해야 할 때, 하고 생각했다.

네팔에서 돌아와 마구 밀고 온 달포였다.

윽, 잔고 130원!

깜짝 놀랄 밖에. 하마터면 가게에서 잔액부족으로 카드승인이 안 될 뻔하였네.

이제 살림살이를 여기저기 챙겨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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