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4.21.쇠날. 맑음

조회 수 703 추천 수 0 2017.06.02 14:12:50


‘아침뜨樂’ 굴삭기 나간 자리, 다시 들머리의 룽따를 걸었다.

달못의 물을 빼고, 물 수위관을 낮춰 잘랐다,

고이지 않게 흐르도록.

창고동 앞마당 구석의 잔디를 패서 꽃밭으로 좀 들여도 놓았다.

학교 가마솥방 앞 금낭화들을 창고동 뒤란 축대에도 일부 옮겨 심고.

뭐 한 김에 뭐 한다고, 내친김에 달골 마당 꽃밭도 돌보았다.

벌써 목이며 귀며 벌레들이 물었다.

풀들의 세상, 벌레들의 나라라.


김천에서 조경을 하시는 분이 왔다, 잔디 때문에.

한 절집에서 소개를 받고 통화만 여러 계절에 있다가

엊그제 우연히 차가 거기에 이르렀던 것.

현장을 보고 얘기하기로 했다.

‘아침뜨樂’을 살펴보며 여기저기 조언을 해주었다.

“자꾸 흙이 흘러내리겠는데...”

아가미못이다.

돌을 쌓아야지 했지만 지난 이틀 작업에는 손을 못 댔던 일이다, 달못만 쌓고.

연못에 돌을 쌓고, 그 위로 꽃잔디 두어 줄만 심고(비싸니까) 잔디를 심으란다.

가장 위쪽에 이웃에서 얻어와 심기로 하는 대나무는

내일이면 비 온다 싶은 흐린 날 패 와서 작업하란다.

“일단 연못을 정리하시고, 그러니까 장비 들어갈 일이 없게 하고,

그 다음에 잔디를 심게 연락을 주세요.”

이 너른 공간을 한 번에 다 하려들지 말고 위에서부터 조금씩 정리를 하며 내려오잔다.

돈 들여 하는 일이 아닌 줄 아시고는

어떻게 구역별로 해나가면 좋을지 계획을 짜보신다,

미궁 자리에 심을 잔디만 물어보자던 일인데.

“저희도 도울 일이 있겠습니다.”

장사하러 와서 물건들 다 내놓고 가실 기세다. 그참...

“저는 배움이 짧지만...”

20년을 넘게 땅을 고르고 나무를 심어오신 시간,

몸을 써서 살아온 그 배움을 어찌 다 짐작할까.

그나저나 다음 걸음은...


초저녁부터 소쩍새는 어이 저리 불러대나.

홀딱벗고(검은등뻐꾸기) 새가 나오고 난 뒤 오는 소쩍새인데, 어인 일로,

요새 세상 날씨가 그렇더라.

꽃들이 키도 채 자라지 못한 채 땅딸막하게 꽃을 피운다.

작년처럼 이 봄도 여름처럼 지나며 가뭄이 길 것인지...


밤, 코피가 났다.

좀 무리하게 밀고오고 있었다.

정말 백수가 과로사라더니

안식년이라는 올해인데 그래서 하려는 일이 더 많고 있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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