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시. 석회를 가지고 달골 ‘아침뜨樂’에 들다.

미궁 자리에 미로를 그리려.

석회를 뿌리기 전 초벌 그림을 그리는데,

순간 더 진화된 형태가 떠오르다. 딱 그때 말이다. 일이 될라고.


08시.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모인다.

손이 많이 필요한 일이나 갑자기 잡은 일정이어

품앗이샘들한테 연락도 미처 못 하였다.

소식 갔다 하여도 짧은 말미에 시간들을 잡기가 쉽지도 않을 것이고.

그래도 이러저러 사람들이 붙었다.

준한샘이 진두지휘를 하기로 했고,

잔디를 먼저 심어보신 마을 아래 절집 스님과 거사님이 손을 보태기로,

멀리 진영에서 점주샘이 걸음을,

마을의 춘자 엄마도 나이 많으시나 뭐라도 거든다신다.

장순샘도 자두밭을 나올 짬을 내본다고.


일 하나가 뚝딱 그리 될 모양이다.

날마다 기적을 만나며 사는 물꼬 삶이다.

그러니 살아지는 하염직한 산골살이이다.

멀리서 더하는 마음도 큰 덕. 고맙다.

미궁 자리 땅을 고르기 시작하다.


10시. 잔디가 오고 편백나무도 50주가 오고...

김천의 한 조경회사에서 해주는 지원이다.

엊그제 정리한 ‘아침뜨樂’의 아가미못과 미궁 자리에 먼저 심을 참.

꼭대기에서부터 찬찬이 한 부분씩 공간을 정돈하며 내려오려는.

일께나 해본 어른들이어 어찌나 일이 내달리던지.

한 쪽에서 작두로 잔디를 자르고,

한 사람이 땅을 펴 골을 타면 또 다른 사람이 그 위에 잔디를 놓아 나가고,

그 위로 흙을 덮기.

흙을 덮을 땐 잔디 위에도 흙을 좀 덮어주고.

다음은 한 사람이 꼭꼭 다져주고.

13시. 꼭 절반을 하고 그제야 허리들을 폈다.

점심을 먹고, 사람들을 보내다.


15시. 남은 식구 셋 다시 달골 오르다.

두 사람은 잔디를 심어나가고, 한 사람은 편백 나무 심기.

아가미못 위 물고기 입모양 자리를 따라,

그리고 아고라에도 몇 그루, 나머지는 명상정원 들머리 길 가로.

구덩이를 파고 뿌리를 10센티미터 아래에 심고 물을 흠뻑 주다.

내일 꿉꿉해졌을 때 밟아주라지.


20시. 끙끙 힘을 쓰던 괭이질 소리도 멎고,

어둠 꽉 채워 뜨락을 나오다.

그나저나 점주샘은 참말 일 잘하데.

천천히, 계속, 하고 있더라.


한밤 일어나 그예 파스를 붙이고 다시 잠에 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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